드렁큰 타이거의 정규 10집이자 마지막 앨범인 ‘‘X : Rebirth of Tiger JK’는 앞서 언급된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은 명반이다. 음원의 시대에 무려 CD 두 장으로 나뉘어 총 30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타이거 JK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드렁큰 타이거가 타임캡슐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포효인 셈이다.
“이제 겨우 활동의 시작이에요.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길게 보고 있어요. 아직 준비 단계에 불과해요, 비록 이번 앨범이 나온 후 차트 진입이 안 되서 투자자 분들의 참담한 모습을 봤지만 해외에서의 좋은 반응이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해요.”
타이거 JK의 말대로 드렁큰 타이거의 앨범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의 음원 및 음반 차트가 이 앨범을 발견하기 전 해외 아이튠즈 차트에서 호평을 받았고 현재는 3~40대를 중심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1년 반 폐인을 자처하며 곡 작업에 몰두한 타이거 JK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3~40대 팬들이 보여주는 반응에 정말 감동했어요. 지난 우리들의 추억이 정말 위대한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분들은 안 좋은 상황까지 갈 뻔 한 순간에 드렁큰 타이거의 가사 때문에 살았다는 분도 계시고 이 CD를 구입하기 위해 오랜만에 음반 가게에 와 인증샷을 찍은 분도 있더라고요. 제게는 충격적이면서도 짜릿한 느낌이었죠.”
그렇다면 타이거 JK가 생각하는 드렁큰 타이거가 여전히 대중에게 통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나도 잊고 있었지만 드렁큰 타이거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게 멋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에 반응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앨범은 마지막 앨범이라서가 아니라 초심을 잃지 말고 다 같이 시간여행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정말 저의 전부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았죠.”
이에 타이거 JK는 추리고 추려 CD1에 드렁큰 타이거의 과거와 현재를, CD2에 타이거 JK의 현재와 미래를 담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30곡을 담은 앨범이 탄생한 것이다.
“30곡이라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대화할 때의 표현은 정말 미숙해요. 그래서 랩을 시작했죠. 저는 영화나 소설처럼 이어지는 스토리를 들려드리는 게 편해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을 뿐 남들이 안하니까 이렇게 해봐야지라고 생각해서 30곡을 담은 게 아니에요.”
이처럼 타이거 JK는 여전히 음악적인 욕심을 왕성하게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국내 힙합 대부’라는 수식어에도 굳이 얽매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드렁큰 타이거를 타임캡슐에 넣기로 결심했다. 왜일까. 그리고 왜 지금일까.
“처음부터 드렁큰 타이거는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파괴하기 위해 탄생했어요. 그래서 더 괴이하고 우락부락한 모습으로 드렁큰 타이거를 만들었죠. 그렇게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은 서양에서 차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긍지를 준 아티스트가 되어 있었죠. 대만 사람이건 베트남 사람이건 드렁큰 타이거의 이름 자체가 ‘동양인인 우리도 약하지 않아’라는 상징적인 이름이 되면서 제 마음대로 접을 수 없게 됐죠.”
이어 타이거 JK는 드렁큰 타이거 마지막 앨범을 만든 이유도 전했다. 그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드렁큰 타이거로서 거침없는 표현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제 아들 조단이도 타이거 JK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조단이 친구들도 드렁큰 타이거를 알아요. 그걸 보면서 개인적으론 좋으면서도 음악이나 표현을 함부로 하면 안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전 몸에 좋은 음식이 있듯이 영혼에 좋은 음악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필굿뮤직을 만들었어요. 이름처럼 즐겁고 좋은 영향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번 드렁큰 타이거 활동도 길게 플랜을 짜고 활동하려고요. 앨범의 전곡을 들려드릴 정도로 길게 활동하고 싶어요.”
사진제공=필굿뮤직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