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만 300억, 부익부빈익빈 일깨우는 FA 시장

입력 2018-1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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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최정과 이재원은 원 소속팀인 SK 와이번스에 잔류했지만 ‘최대어’ 양의지(왼쪽부터)는 두산 베어스를 떠나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는다. 이들의 몸값만 합쳐도 300억원이다. ‘FA 100억 시대’가 열렸지만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저연봉 고충에 시달린다. ‘부익부 빈익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300억원의 ‘돈바람’을 일으키는 데 걸린 시간이다. SK가 내야수 최정과 6년 총액 106억원, 포수 이재원과 4년 총액 69억원의 FA 잔류 계약을 알린 때는 지난 5일. 그로부터 6일 만인 11일 NC는 두산 베어스 출신 포수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 두산에 지불할 12억원 또는 18억원의 보상금까지 합치면 NC가 FA 포수 1명을 잡는 데 쓰는 돈은 최대 143억원이다.

지난달 20일 개장한 2019년 FA 시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이른바 ‘FA 거품’ 제거 여부였다. KBO와 10개 구단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4년 총액 80억원의 FA 몸값 상한제를 제안했던 지난 가을을 떠올리면 과열된 FA 시장의 규모가 진정 또는 축소 국면으로 전환될 여지는 충분한 듯했다. 그러나 ‘빅3’만으로 가볍게 300억원을 채웠다. FA 거품과 더불어 이제는 KBO리그 전반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3년 연속 상위 3명이 300억 넘게 독식

KBO리그의 FA 시장은 이미 5년 연속 500억원 이상 규모로 커졌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700억원도 뛰어넘었다. 일반서민들이 느끼는 어려운 경제현실을 고려하면 ‘오버페이’ 논란은 불가피한지 모른다. 여기에 더해 극소수 거물 FA들의 몸값은 어느새 100억원이 기준점처럼 돼 버렸다. 매년 FA 상위 3명의 계약 총액을 따져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총액 500억원의 서막이 열린 2014년 FA 시장부터 상위 3명이 확보한 계약 총액은 212억원→260억원→264억원→345억원→301억원에 이어 2019년 FA 시장에서도 300억원을 찍었다. 3년 연속 상위 3명이 합계 300억원 이상이다. 공교롭게도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앞 다퉈 ‘FA 100억원 시대’를 연 2017년부터 매년 ‘빅3’가 평균 100억원대의 초대형 계약을 따내고 있다.


● 부익부빈익빈, KBO리그의 또 다른 그림자

2019년 FA 시장에는 아직 11명의 미계약자가 남아있다. 이들 가운데 총액 30억원을 넘길 만한 FA는 3~4명 정도로 예측된다. 나머지 중에선 자칫 ‘FA 미아’도 나올 수 있다. 실력과 경력이 판이한 만큼 FA 각자의 몸값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리는 게 당연하다. 다만 평균 100억원대 목돈을 챙기는 FA가 늘어날수록 그들 사이의 격차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연봉 선수들과 팬들이 체감하는 부익부빈익빈의 심화다.

올해 초 KBO가 발표한 프로야구선수(신인·외국인선수 제외) 513명의 평균 연봉은 1억5026만원이다. 이대로라면 프로야구는 꿈의 직장이다. 그러나 164명의 억대연봉자를 제외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신인까지 포함한 전체 선수의 절반 이상은 5000만원 미만이고, 30%는 4년째 2700만원으로 묶여있는 최저 연봉을 받는다. ‘FA 100억원 시대’가 일깨우는 불편한 현실이자 KBO리그의 또 다른 그림자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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