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겜알못’도 빠져든다

입력 2018-12-13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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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겜알못’도 빠져든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드라마가 주발 밤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검을 휘두르는 현빈과 붉은 베일을 쓴 박신혜, 때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중세 복식의 외국인까지. AR 게임을 소재로 색다른 이야기를 선보이며 방송 4회 만에 토일 드라마의 강자로 등극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이다. 이에 제작진은 ‘겜알못’(게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빠져든다는 ‘알함브라’의 간단한 스토리 사전을 짚어봤다.


● 현빈은 왜 칼을 휘두르나? (유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처음 접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바로 유진우(현빈)의 손에 들린 한 자루의 검이다. 드라마의 장르가 사극도 아니건만, 잘나가는 투자회사 대표답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패셔너블한 진우가 왜 2017년의 그라나다 한복판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진우가 현재 AR 게임에 접속한 상태로, 한창 게임을 진행 중인 ‘유저(게임의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지난 4회 동안 매회 게임을 하고 있음을 몸소 보여준 진우와 게임 개발자 정세주(EXO 찬열), 진우와의 결투에서 패배한 차형석(박훈) 등이 현재까지 등장한 유저들이다.


● 붉은 베일을 쓴 박신혜는 누구인가? (NPC)

지난 3회, 카페에 앉아 메뉴를 뒤적이던 중 귓가에 울리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진우가 홀린 듯 다가간 무대에는 붉은 베일을 쓴 매혹적인 여인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보니따 호스텔의 주인 정희주(박신혜)의 놀라운 변신에 진우가 황당하다는 듯 “정희주 씨”라고 부르는 순간,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날아든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났습니다>라고. 방송 전부터 많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붉은 베일을 쓴 박신혜’의 정체가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임이 처음으로 드러난 대목으로, 이름은 정희주가 아닌 엠마였다. NPC란 유저에게 퀘스트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가상의 캐릭터로 게임 안에서만 살아 움직인다. 아직 레벨이 낮은 진우는 그녀와 대화조차 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는데, 게임을 만들어낸 세주가 자신의 누나인 희주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엠마가 입을 뗄 첫 순간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 말라가 해적은 왜 나왔나? (퀘스트)

<카페 알카사바>에서는 엠마 외에도 검을 찬 험상궂은 인상의 근육질 사내 셋을 만날 수 있다. <말라가 해적들>이라 불리는 이들은 엠마와 마찬가지로 게임에 접속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NPC다. 몇백 년 전의 차림새로 웃고 떠드는 해적들을 신기하다는 듯 지켜보고 선 진우에게 최양주(조현철)는 “말 한번 걸어보세요”라고 했다. 퀘스트를 주는 역할을 하는 NPC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 ‘퀘스트(Quest)’란 게임 중인 유저에게 주어지는 임무로, 수행을 마치면 게임을 할 때 유용한 보상이나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진우의 인사는 “꺼져 애송이야! 당장 죽고 싶지 않으면”라는 말로 무시당해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지만, 레벨이 높아진 후 받게 될 퀘스트가 어떤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화살이 날아오는데 현빈은 어떻게 살았나? (버퍼링=랙)

그라나다 골목을 누비며 게임에 열중하던 진우. 갑자기 나타난 스페인 궁사들이 화살을 날리는데, 대응할만한 장거리 무기와 방어구가 없는 진우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것뿐. 앞뒤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지고, 게임을 포기한 진우가 고개를 숙이는데 웬일인지 죽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든 순간, 화살들이 날아들던 모습 그대로 허공에 떠 있고, TV 화면 위로는 작은 버퍼링 표시가 떠올랐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을 접속 지연 상태. 게임 용어로는 ‘랙(Lag: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게임에서 지연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화살에 둘러싸인 진우의 생명을 연장시켰고,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랙의 축복”이라 불리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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