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트레이너도 놀란 독기…손아섭의 2019년은 이미 시작됐다

입력 2018-12-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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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오른쪽)은 올겨울 처음으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롱런’을 위한 그의 노력은 한겨울에도 쉼 없이 진행 중이다. 이상열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한 손아섭. 사진제공|손아섭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과거부터 근성과 투지에 대한 갈망이 유달리 강하다. 한국시리즈 4승의 전설을 쓴 고(故) 최동원부터 악바리로 유명했던 박정태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다.
그 계보는 손아섭(30)이 잇고 있다. 2008시즌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손아섭의 트레이드마크는 투지였다. 엄청난 컨택트 능력에 땅볼 하나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는 그를 단숨에 국내 최고 외야수로 만들었다.

마냥 파이팅 넘치던 손아섭은 어느덧 롯데의 간판타자가 됐다. 물론 독기는 여전하다. 손아섭은 그 열정을 조금 더 오래 그라운드에 쏟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철저히 훈련 중이다. 손아섭의 2019년은 이미 시작됐다.


● 트레이너를 놀라게 만든 독기와 겸손


손아섭은 11월 1일부터 부산의 한 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롯데의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날은 10월 14일. 보름 남짓의 짧은 휴식을 취한 뒤 곧장 2019년 준비에 들어갔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초점을 맞추고, 점심 식사 후에는 가볍게 티배팅을 하는 등 방망이를 잡는다. “하루가 굉장히 짧다”는 소감으로 인터뷰를 시작한 이유다.

‘겨울 운동’은 손아섭에게 특별한 일상이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이상열(33) 트레이너와 함께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동아대를 졸업한 이 트레이너는 재활센터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자질을 인정받았다. 손아섭과 인연이 돈독하지는 않았지만, 몇 차례 미팅을 통해 손아섭이 정중히 동행을 청했고, 이 트레이너가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매주 다섯 번씩 손아섭을 만나는 이상열 트레이너는 여전히 생소함을 감추지 못한다. 수많은 정상급 운동선수를 만났지만, 겸손함과 독기만큼은 손아섭을 따라올 이가 없다는 평가다. 머리가 좋아야 공부를 잘하듯, ‘몸 머리’가 좋아야 운동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 트레이너는 손아섭이 여기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설명과 함께 혀를 내둘렀다.

“KBO리그 최고 외야수 아닌가. 그럼에도 매사 진지하고 성실하다. 자만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선수가 오히려 상대방을 더 존중하니 신기하다. 운동 능력도 상당하다. 하나를 전달하면 그걸 흡수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그걸 몸으로 곧장 표현해낼 줄 안다.”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운동은 손아섭에게도 처음이다. 만족도는 상당하다. “치료와 강화의 부분이 굉장히 체계적이다”라며 “누군가 내 옆에 붙어서 일일이 체크를 해준다는 것도 장점이 많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매 타석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두려워하지 않는 손아섭도 어느덧 중고참의 반열에 올랐다. 20대의 패기와 자신감은 여전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일찍 노쇠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체력 저하가 시작됐을 때 고민하는 것보다, 정점에 있을 때 고민한다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부정할 수 없는 30대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선배들의 말이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몸 상태 저하의 속도를 남들보다 늦출 수만 있어도 롱런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한 이유는 단지 2019시즌 성적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 실패한 2018년, 그의 2019년은 이미 시작됐다

손아섭에게 2018년은 아쉬움 가득한 해다. 전 경기 출장을 이어오던 9월 19일 잠실 LG 트윈스전 도중 오른 새끼손가락 인대 손상을 당했다. 결국 연속 출장행진은 449경기에서 마무리됐다. 2015년 8월 15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이어진 기록이 멈춘 것이다. 현역 최장 기록에도 멈춤 버튼이 눌렸다. 5강 싸움의 분수령에서 손아섭의 공백을 절실히 느낀 롯데는 결국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의 2019년이 남들보다 몇 달 일찍 시작된 것도 같은 이유다. 책임감도 무거워졌다. 프로 초년병 시절 함께 했던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양 감독은 손아섭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손아섭의 생애 첫 완장이다. 가뜩이나 책임감이 무거운 손아섭이 여느 때보다 칼을 갈고 있는 이유다.

손아섭은 개인훈련을 위해 내년 1월 2일 필리핀으로 출국한다. 본격적으로 기술 훈련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동갑내기 절친 이상화(KT 위즈)를 비롯해 팀 후배 안중열 등이 함께 한다.

“내게 2018년은 실패한 시즌이다. 내가 생각했던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첫 시즌과 많이 달랐다. 팬들께 죄송할 뿐이다. 2019년은 주장으로서, 중심타자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기본적인 목표는 전 경기 출장과 가을야구다. 내심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가 욕심나기도 한다. 내년 이맘때에는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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