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와 시스템 정비, 박항서가 베트남에 남기는 유산들

입력 2019-01-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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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의 적극적인 스킨십이 성공비결로 꼽힌다. 살갑게 다가선 스승에게 제자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로 화답했다. 하노이 미딩지구의 베트남축구협회(VFF) 훈련장에서 진행된 풀 트레이닝에서 따스한 사제의 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베트남축구협회(VFF)와 계약한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통합 지휘하게 된 박항서(60) 감독이 늘 주의한 부분이 있다. 현지 문화와 관습에 대한 존중이다.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데다 통역까지 거쳐야 하므로 말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박 감독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스킨십’도 선수들과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비롯된 습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감독이 절대 양보하지 않은 것도 있다. 충분한 영양공급과 환경개선이다. 좋은 숙소생활과 고른 영양소 섭취가 얼마나 중요한지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힘을 키우기 위해 신선한 유제품과 고단백 식단을 마련했다.

VFF는 숙소의 경우, 2018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계기로 중요한 대회를 준비하는 주요 선수단에게 최대한 높은 등급의 호텔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VFF 센터 내의 숙소에서 생활했지만 환경은 굉장히 열악하다. 태극전사들이 대부분 소집 때 사용하는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와는 비교할 수 없다.

열흘 이상의 중장기 전지훈련도 심심치 않게 진행된다. 스즈키컵을 앞두고 파주NFC에 훈련캠프를 차린 박 감독은 새해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개최될 AFC 아시안컵을 위해 카타르 도하에서 최종 담금질을 갖고 있다.

흔히 훈련, 경기 3시간 전을 즈음해 선수단이 먹는 간식도 박 감독이 부임하면서 바뀐 풍경이다.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잠시 청한 뒤 지방 요소를 뺀 샌드위치와 파스타, 다양한 재료를 넣고 펄펄 끓인 죽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 어지간한 상황이라면 열외는 없다. 부상자까지도 걸을 수 있다면 동료들과 함께 자리한다. 목발을 짚고서라도 참석해야 팀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다. 여기가 코칭스태프와 제자들의 따스한 스킨십, 적극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소통의 공간이다.

경기 당일, 영상을 활용한 선수단 미팅도 박 감독이 들여온 문화다. 상대국 분석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장단점을 전부 빔 프로젝트를 사용해 선수단에게 공개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처럼 쉽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방식은 아직 찾기 어렵다.

물론 앞서 거론된 사안들은 우리에게는 특별할 것이 없다. 주요 대표팀은 당연하고 K리그 전 구단, 심지어 실업축구까지 전부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그러나 베트남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 호텔 투숙과 음식, 전지훈련 등 하나부터 열까지 비용이 소요되는 탓이다.

베트남 사정을 잘 아는 축구인은 “적시적소의 투자가 얼마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이곳의 모두가 직접 느끼고 보고 있다”며 “약간의 투자와 성공,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고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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