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배우 겸 패션디자이너 하용수.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암 투병 끝에 별세 ‘안타까운 이별’
“온통 잿빛이었던 오늘, 도통 우울증이 사라질 줄 모른다. 지독한 가을앓이인지. 어떤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안 잃었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배우 겸 패션디자이너 하용수가 지난해 11월 초 자신의 SNS에 남긴 말이다. 치아 치료를 받는 중이었던 그는 그 탓이었는지 우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는 그가 생전 세상 사람들과 마지막 나눈 대화가 되어 버렸다.
하용수가 5일 새벽 세상과 이별했다. 향년 69세.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2018년 12월31일 스포츠동아 단독 보도)이 세상에 알려진 지 6일 만이었다.
하용수는 11월 초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은 내내 희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 담도암 및 간암 판정이 내려졌다. SNS에는 지인들의 안타까움과 건강 회복에 대한 기원이 이어졌다. 하용수는 이후 경기도의 한 요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한 관계자는 “10월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하용수는 1969년 TBC 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영화 ‘혈류’를 시작으로 ‘별들의 고향’ ‘남사당’ ‘게임의 법칙’ 등에 출연했다. 올해 1월 ‘천화’로 23년 만에 복귀하며 열정을 과시했다.
1974년 진태옥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연출하며 이후 한국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이너로 맹활약해왔다. 영화 ‘겨울나그네’ ‘서울무지개’ ‘불새’ 등에서 의상을 담당한 그는 1992년 ‘사의 찬미’로 대종상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이미숙, 최민수, 이정재, 오연수 등 연기자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타메이커’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고 하용수의 빈소는 6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 오전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