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연기자에서 무속인으로 변신하며 화제를 모았던 배우 정호근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정호근은 무속인이 된 후의 삶을 공개했다. 점집에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모습을 보였다. 정호근이 무속인이 된 것은 무병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무속인이었던 터라 가족들 중에 무병을 앓는 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 무병이 그에게 찾아왔고 아무 이유 없이 아프고 주변 사람들까지 해치는 것 같아 무속인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정호근은 “집안 대대로 윗대부터 신령님을 모셨다. 또 할머니가 신령님을 얼마나 잘 봉양했는지 잘 봐왔다”라며 “그런데 그 줄기가 나한테까지 내려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어 “무속인이 된 이후로 주변 사람들이 변하더라. 우리나라에 ‘무속인’에 대한 편견이 있지 않나”라며 “무속인이 된 이후로 사람 관계가 홍해로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내가 몰랐던 사람들이 내 곁으로 오기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16년간 ‘기러기 아빠’로 지내는 정호근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호근의 아내와 자녀들은 미국에 살고 있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큰 딸을 먼저 보내고 뒤에 태어난 자녀들마저 미숙아로 태어나자 정호근은 아이들을 미국에서 치료받게 했다.
정호근은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보냈다”라며 “그런데 이렇게 계속 미국에서 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호근은 내림굿을 받고 가족에게 알렸다고. 그는 “한 마디로 난리가 났다. 내림굿 했다고 하니 아내가 ‘제정신이냐’고 하더라”고 말햇다.
정호근의 아내는 “참 많이 고민하고 긴 편지도 여러 번 썼다. ‘나는 당신하고 못 살겠다’, ‘이혼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충격을 받은 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 정호근의 아들은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무속인에 대한 나쁜 편견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 영향이 제 가족에게 오니까 아빠를 원망할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호근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갔다. 가족들은 반갑게 아빠 정호근을 맞이했다. 정호근은 다른 아빠들처럼 자녀들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호근의 아들은 “한국에 가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점을 주지 않나.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딸 역시 “아빠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도 하고 있지 않나. 아빠는 내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또 정호근은 미국에서 태어나자 3일 만에 세상을 떠난 아들 ‘제임스’의 묘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정호근은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있지 않나. 그 말이 이런 것이라는 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전생에 많은 죄를 지었는지 생각도 했다”라며 “여전히 큰 딸과 막내 아들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