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조용필·김광석 소재 영화 나올 수도
“20대, 팬덤 그리고 입소문!”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가 분석한 지난해 영화시장의 굵은 흐름이다. CGV는 지난해 12월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10월 자사 회원 108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이 “20대와 팬덤, 입소문”의 힘에 기댔다고 설명했다. 그룹 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 뚜렷한 증거가 된다. 입소문의 확산과 그에 힘입은 20∼30대 중심의 폭넓은 관객층, 그들의 감성에 다가간 마케팅 전략 등이 어우러져 ‘보랩 열풍’을 이끌어내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를 무려 네 번이나 봤다는 20대 대학생의 시선은 이를 방증한다. 한국 음악영화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 향후 가능성도 내다본다.
‘원스’ ‘라라랜드’ ‘맘마미아’ ‘위플래쉬’ ‘레미제라블’ ‘비긴 어게인’….
최근 10년 사이 한국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음악영화 혹은 뮤지컬영화의 목록이다. 사랑과 혁명과 우정과 꿈을 노래하며 적지 않은 관객의 감성에 다가간 작품들이다.
하지만 목록 안에 한국영화는 없다. 한국영화는 연간 1억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로 관객의 지지를 얻어왔지만, 유독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음악영화와 뮤지컬영화는 아직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뮤지컬영화 ‘헤드윅’을 수입하고,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변산’ 등을 연출하며 음악을 스토리의 중요한 바탕으로 삼았던 이준익 감독은 “음악영화는 음악과 영화를 융합하는 것인데, 우린 아직 그것에 미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과 영화의 세련된 조화, 드라마 작법, 연출 감각 등에서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고 부연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지나 ‘건축학개론’으로 1990년대 인기곡인 그룹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환기시킨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도 “본격적인 음악영화 제작에 대한 시도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심 대표는 “그동안 음악영화 혹은 뮤지컬영화의 완성도가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면서 “조용필, 들국화, 김광석 등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한 음악적 자산이 풍부해 이야기의 완성도를 갖춘다면 충분히 소구할 수 있는 장르이다”면서 향후 대중적 정서를 갖춘 한국 음악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싱얼롱 상영 등을 통해 입증한 것처럼 음악적 감성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첨단의 음향시설을 갖춘 상영관이 늘어나 “음악영화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