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은 고개 숙였지만…공허한 체육회 쇄신책

입력 2019-01-15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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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스포츠동아DB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체육계에 휘몰아친 폭력-성폭력 광풍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22차 이사회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폭력과 성폭력 근절 대책을 전했다. “체육회는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 상벌에 관여함으로써 자행된 관행과 병폐에 대해 자정기능을 다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관리 감독 최고 책임자로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고 정상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연일 불거지는 불미스러운 사태로 체육계를 곤혹스럽게 하는 요즘이다.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10대 시절부터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체육계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고교 때부터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현재 체육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레슬링 여자대표팀 성 추문 등 여러 종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체육회는 당초 이날 예정됐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과 사무총장 선임을 연기했다.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인사를 발표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내부 의견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새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선수촌 훈련개시식(17일)도 비공개 진행하기로 했다. 그만큼 외부 노출을 꺼린다는 얘기다.

당연히 정부쪽에서도 심각하게 체육계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할 정도다. 이 회장은 “성폭력·폭력 조사는 전적으로 외부기관에 의뢰하겠다. (국제대회) 메달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온정주의 문화를 끝내겠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하게 쇄신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크게 4가지다.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 원천차단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인 개선방안 확충 ▲성폭력 조사 및 교육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 ▲선수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방안 마련 등이다.

그러나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국가대표선수촌의 선수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부촌장과 훈련관리관을 여성으로 채용하고 선수촌 내 인권 관리관 및 인권 상담사를 상주 배치한다는 정도가 조금 특별한 내용이다.

사실 선수촌 내에 CCTV와 비상벨을 설치한다는 내용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여자수영 탈의실 몰카(몰래카메라) 사건 이후 해결책 중 하나로 계속 언급된 내용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다. 또한 각 회원단체들에 대한 폭력·성폭력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사법처리 대상의 검찰고발을 의무화하고 사건을 은폐한 비위단체들의 회원자격을 영구 배제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유감스럽게도 피해자들을 오히려 음지로 숨게 만든 ‘솜방망이 처벌’과 ‘온정주의 문화’를 양산한 것은 이 회장 자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골프접대 의혹과 각종 보은 인사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허울뿐인 개선안이다. 체육회가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던 이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잘못이 크다. 체육행정을 총괄하는 체육회부터 바뀌지 않으면 이번 발표도 공허한 외침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는 많은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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