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스포츠동아DB
오전 11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하나 둘씩 이사들이 모이기에 앞서 먼저 회의장 입구에 진을 친 이들이 있었다. 스포츠문화연구소와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등 세 단체 회원 10여 명이다. 화살은 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향했다. 오전 일찍부터 모여든 참석회원들의 손에는 ‘이기흥 회장 사퇴! 성폭력 사건 방관, 방조한 대한체육회는 책임지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최동호 스포츠연구소장은 “능력도 자격도 없는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본인 주변인들을 체육회로 데려와 인사 난맥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택 문화연대 집행위원화 김상범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도 “일련의 사태들은 누적된 문제다. 체육회부터 정화작업이 필요하다”며 회장 사퇴를 촉구했다.
아무래도 사건이 사건인 만큼 미디어의 관심도 컸다. 체육 및 시민단체들의 합동 시위부터 현장을 지킨 취재진은 마치 죄를 짓고 포토라인에 선 정치인처럼 이 회장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소통은 없었다. 딱히 특별한 내용이 없는 사과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별도 인터뷰나 입장 표명 없이 이 회장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시위에 참석한 이들에게도 시선 한 번 주지 않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원성을 샀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본 체육인들은 “침묵이 때론 답이 될 수 있으나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다.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회장이 나섰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