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압박 공세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의 대표기업인 대한항공 서울 강서구 본사. 한진그룹의 2대주주인 KCGI는 지배구조개선과 호텔사업 등의 적자 사업 매각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개선안을 공개 제안하는 등 최근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2대 주주 KCGI, 경영개선안 제안
지배구조 개선·적자사업 매각 요구
경영권 참여 두고 양측 공방 치열
한진그룹(조양호 회장) 경영권을 압박하고 있는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그룹을 상대로 본격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한진 지분을 8.03%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라있는 KCGI는 21일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이란 이름으로 그룹 경영개선안을 공개 제안했다. KCGI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태가 “글로벌 항공사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이고 유가 상승 등 잠재적 위험 요소 관리가 소홀해 빠른 시장 환경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낙후된 지배구조로 일반 주주, 채권자,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KCGI는 이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가장 먼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명, 일반주주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 그리고 외부 전문가 3명 등 총 6인으로 구성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임원의 합리적인 평가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 보상위원회 설치와,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도입도 거론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KCGI의 개선안에서 눈길을 끈 것은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호텔사업 등의 자산 매각을 거론한 점이다. KCGI는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을 콕집어 지적하면서 이들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외부전문기관의 경영 자문, 일반직원으로 구성된 상설 협의체,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 채택 등도 요구했다. KCGI는 자신들의 경영개선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 대주주, 경영진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요구하며 “태도변화가 없다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이러한 KCGI의 공세에 대해 관심은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응수이다. 지금까지는 KCGI의 경영권 참여 시도에 대해 조양호 회장측이 비교적 잘 방어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KCGI가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이번 공개제안처럼 압박 강도도 부쩍 높이고 있어 향후 대처방안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KCGI가 경영 참여를 위한 지분 10%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매입을 준비중이고, 3월 임기가 끝나는 상근감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양측의 경영권 공방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