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발리볼] 팬을 즐겁게 하는 발 디그의 역사

입력 2019-01-22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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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장준호. 스포츠동아DB

지난 11일 OK저축은행-삼성화재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의 장준호가 제기차기 디그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9월13일 제천에서 벌어졌던 KOVO컵 한국전력과의 경기 때도 2세트에 제기차기 디그로 차지환의 득점을 도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장준호는 네트플레이 도중 코트로 떨어지는 공을 손으로 받을 시간이 없자 발로 연결했다. 현대캐피탈의 신영석은 10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4세트 때 아예 누워서 발로 디그를 하는 진기명기를 보여줬다.

이들의 수비 진기명기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홈페이지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FIVB는 각국의 리그로부터 멋진 경기영상을 지원받아 홈페이지에 올리는데 V리그는 단골손님이다. 그만큼 V리그가 박진감 넘치기도 하지만 방송기술이 뛰어나 다른 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멋진 영상을 잘 찾아낸다.

4년 전 FIVB의 홈페이지를 가장 빛낸 것은 대한항공 최부식의 발 디그였다. 2015년 11월6일 한국전력과의 수원경기에서 엔드라인 훨씬 뒤로 빠져나가는 공을 전력질주로 쫓아가서 오버헤드 킥으로 연결해 전 세계 배구팬을 즐겁게 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의 웜업존을 지나 수원실내체육관 출입구 부근까지 쫓아간 최부식의 순발력과 판단능력 발의 정확성이 묘기중의 묘기였다.

최부식은 비시즌 때 동료들끼리 체력단련으로 하는 축구경기 때도 눈에 띄는 실력을 보여줘서 종목을 잘못 선택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한때 축구선수를 꿈꿨다고 했다. 단짝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 우리카드의 세터 유광우가 멋진 발 디그를 하는 영상도 인터넷에서 돌아다닌다. 아무래도 키가 큰 선수보다는 축구에 적합한 체구의 선수들이 발로 하는 수비에 강하다.

여자 선수들도 발 디그를 자주 한다. 2014~2015시즌 도로공사-GS칼텍스전에서 이효희가 상대의 공격을 발로 막아낸 뒤 두 팀의 오랜 랠리가 이어진 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흥국생명 외국인선수 톰시아가 발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띈다. 장신(189cm)의 톰시아는 공격 뒤 상대의 블로킹에 걸려 공이 넘어오면 손보다 발이 먼저 나간다. 축구의 인기가 많은 폴란드 출신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 여자대표 선수들도 국제대회에서 발 디그로 자주 화제를 모은다.

배구 역사에서 발 디그가 허용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94년부터였다. 배구가 탄생된 이후 선수들의 플레이 허용범위를 놓고 많은 규칙의 변화가 있었다. 1916년의 배구 룰은 허리 위로만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1942년 무릎 위의 신체 모든 부분까지로 확대됐다.

1953년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잠시 발 디그가 허용됐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968년 다시 허리 위로 원위치 됐다. 야구의 스트라이크존을 놓고 여러 차례 룰이 변경된 것과 비슷했다.

1994년 FIVB는 플레이 가능 신체부위를 몸 전체 혹은 무릎 위로 수정한 뒤 2년 뒤인 1996년 몸 전체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이 규정으로 팬들이 더욱 재미있어 하는 다양한 발 디그가 자주 나오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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