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알함브라’ 민진웅 “서 비서 죽음 애도, 배우로서 감사할 따름”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비주얼적으로나 전개 면에서 시대를 앞선(?) 작품이었다. 비록 용두사미 결말로 논란이 되긴 했으나 결말 하나 때문에 모든 것에 폄하되어선 안되는 작품이다.
또한 AR게임이라는 소재로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어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들도 있다. 유진우(현빈)의 비서였던 서정훈을 연기한 민진웅도 그런 배우 중 한 명이다.

“스페인 그라나다부터 슬로베니아까지 처음으로 해외 로케 촬영도 해보고 여러 모로 추억이 많은 작품이에요. 지난 7개월 동안 잘 찍어서 방송도 하니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민진웅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유진우의 비서이자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족 같은 포지션을 맡아 활약했다. 훗날 AR 게임 속에서 유진우를 돕는 NPC의 역할까지 소화했다. 작품의 소재는 물론 역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에센 생소함 그 자체였다.

“대본을 읽을 때 제 안에서는 어느 정도 게임 속 모습이 구현되어 있긴 했었는데 그게 영상으로는 어떨지가 제일 궁금했어요. 그런데 1화 때 유진우가 로그인을 하고 포탄이 날아와 성이 불타오를 때 제 안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더라고요.”

이처럼 자본이 잔뜩 투입된 CG의 향연 속 민진웅은 서정훈 역을 맡아 유진우의 조력자이자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았다. 극 중반 누구도 유진우를 믿지 않을 때 서정훈만은 그를 믿어줬다. 그래서 극중 너무 이른 서 비서의 죽음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서비서의 죽음을 애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그 때는 정말 시청자들이 숨 죽이고 드라마를 보면서 이야기를 따라와 주셨던 것 같아요. 유진우의 유일한 편인 서정훈이 사라져 버리니까 더 안타까워 해주신 것 아닐까요.”

실제로 너무 이른 듯 보였던 서정훈의 죽음은 극 안에서 새로운 형태로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서정훈이 죽어서도 유진우를 돕는 NPC가 되어 모습을 드러낸 것.

“처음에 이 작품에서 참여하게 될 때 ‘비서 역할이긴 한데 뭔가 다른 비서가 될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드라마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거라셨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니 팀의 일원으로서 굉장히 흥분되고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이후 민진웅은 NPC로 모습을 드러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이런 가운데 모든 퀘스트가 완료된 후 차형석(박훈)과 더불어 게임 속 버그로서 유진우의 손에 의해 삭제되는 장면은 이 작품에 몇 안되는 감정신이 됐다.

“처음에는 제 캐릭터가 유진우와 함께 세주(찬열)를 구하러 들어가는 줄 알았죠. 그런데 NPC가 되고 나니 너무 게임 캐릭터처럼 연기해도 안되고 인간인 것처럼 보여도 안되더라고요. 감정을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가를 모르겠더라고요. 버그 삭제 장면은 현빈 씨의 호흡이나 에너지가 그대로 제게 전달이 되니까 저조차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죠.”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그리고 참고할 자료조차 없는 NPC 연기, 그러나 민진웅은 이를 훌륭하게 해냈고 시청자들에게 애잔함과 응원을 동시에 받는 서정훈을 만들어 냈다. ‘동주’, ‘혼술남녀’, ‘아버지가 이상해’, ‘박열’ 등 다수의 작품 속에서 쌓아온 커리어가 NPC 연기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저는 아직 오디션도 많이 보고 있고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 배우에요. 하지만 누구와 만나서 어떤 상황을 맞닥뜨려도 무난하게 잘 섞여드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화끈하고 빛나는 사람이 있으면 민진웅 같은 배역도 있어야죠. 평범한 삶을 사는 다수의 70%를 대변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