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승행 카타르의 힘은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

입력 2019-01-30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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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기에 올수 없는 팬들에게 우승컵을 가져다주겠다.”

카타르 축구대표팀 한 선수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해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공약을 남겼다. 중동 지역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카타르 팬들이 아시안컵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로 응원을 올 수 없었던 터라 이 선수가 자국에 머물고 있는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긴 것이었다. 당시 이 발언은 큰 이슈가 되진 않았다. 모두가 ‘그런가 보다’라며 넘겼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카타르는 29일(한국시간) 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대회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UAE에게 4-0으로 이겼다. 카타르가 아시안컵 결승무대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결승전까지 무실점으로 6연승을 내달린 카타르는 다음달 1일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대회 우승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이제 대회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카타르가 이 정도로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한 인물은 사비 에르난데스(스페인) 말고는 없었다. 사실 대회 개막 이전에 사비가 카타르 방송에 출연해 이런 예상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모두가 ‘카타르 알 사드에서 뛰고 있는 만큼 립 서비스가 포함됐을 것’이라고 간주했다. 알 사드에서 머물면서 카타르 축구의 발전상을 직접 본 사비의 말은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 실제 카타르 대표팀은 이전보다 몇 단계는 발전한 모습이었다.

그 밑바탕에는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다. 카타르는 자국에서 열리는 2022년 월드컵을 겨냥해 많은 투자를 하며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팀 선수도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 월드컵을 위해 적극 귀화선수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중 국적을 가졌거나 다른 나라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귀화해 카타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미드필더 부알렘 쿠키(알 사드)과 카림 부디아프(알 두하일)는 알제리 23세 이하 팀 출신으로 카타르에서 뛰며 국적을 취득한 케이스다. 이들은 카타르의 설득에 따라 알제리가 아닌 카타르 성인대표팀을 선택했다. 8골로 아시안컵 득점 선두를 달리는 알모에즈 알리(알 두하일)는 수단 태생의 선수다. 알리는 놓고 서방 언론에서 그의 국적 문제를 논란을 삼았지만 AFC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알리는 19세 이하 대표팀 시절부터 카타르를 대표했고, 국적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이외에도 카타르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나 카타르에서 태어났어도 이중 국적을 가진 선수 중 선택에 따라 카타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더 있다.

또한 국가적으로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럽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비롯해 수시로 소집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A대표팀을 향한 지원뿐이 아니다. 카타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라는 축구전문학교를 세웠다. 이를 통해 국가적으로 축구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아스파이어에서 성공적으로 키워낸 선수들을 조기에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 선진 축구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현재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 절반 정도가 아스파이어 출신이다. 현재 카타르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펠릭스 산체스 감독(스페인) 또한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던 인물이다. 선수들에 대한 특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를 통해 대표팀의 경기력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소년 지도자 출신이다.

카타르의 이번 아시안컵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단기적인 노력의 효과도 있지만 좋은 선수들을 조기에 육성하겠다는 국가적인 정책을 통한 장기적인 발전 방안 수립이 드디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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