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음식의 대표선수인 떡국과 중국의 만두 자오쯔. 멕시코 사람들은 12알의 포도를 먹으며 새해 소원을 빈다(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매년 새해를 두 번 맞는 우리 민족이 설에 먹는 대표음식은 떡국. 나라마다 민족마다 새해 첫날에는 전통이 담긴 ‘독특한’ 음식을 먹기 마련이다. 외국인들이 보기엔 떡국도 빵이나 케이크를 뜨거운 육수에 말아먹는, 꽤 개성 강한 음식으로 보일지 모른다.
중국은 만두의 종주국답게 중국식 만두인 자오쯔를 먹는다. 우리가 흔히 ‘교자’라고 부르는 그 만두다.
그리스는 전통 케이크인 바실로피타를 새해 첫날 아침에 커피와 함께 먹는 풍습이 있다. 넓적하고 부드러운 케이크인데 카스텔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바실로피타를 구울 때 동전을 몰래 넣어두는 것이 포인트. 동전이 들어간 케이크를 먹는 사람에게 1년 동안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행운도 좋지만 먹다가 동전을 삼키면 큰일.
멕시코는 포도를 먹는다. 총 12알을 먹는 게 핵심인데, 한 알씩 먹을 때마다 소원을 빈다. 12알은 12달을 상징한다.
우리는 ‘설’이라고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뗏’이라고 부른다. 뗏날이 되면 찹쌀밥 속에 녹두, 고기를 넣고 야자나 바나나 잎에 싸서 푹 찐 ‘바잉쯩’을 먹는다. 연잎 밥이랑 비슷하다.
네덜란드에서는 올리볼렌이라는 도넛을 먹는다. 밀가루 반죽에 말린 과일을 넣고 튀기는 것이 핵심 레시피.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도넛이 아니라 작은 공 모양을 하고 있다. 커다란 접시에 흑설탕을 뿌린 뒤 올리볼렌을 잔뜩 쌓아올린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새해 음식은 잠포네. 이탈리아식 족발요리다. 돼지고기, 비계, 껍데기를 향신료로 양념해 돼지족발에 채워 넣는다. 소시지와 닮았다. 뜨끈할 때 썰어낸 잠포네를 렌틸콩과 함께 먹는다.
마지막으로 미국. 쌀을 잘 먹지 않는 미국인들이 새해가 되면 미국식 볶음밥인 호핑존을 먹는다는 게 신기하다. 검은색 반점이 있는 동부 콩, 양파, 채소 등을 넣고 볶는다. 호핑존에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이 남부의 모든 걸 불태우는 바람에 남부 주민들은 한동안 동부 콩, 순무 잎사귀만 먹고 살아야 했다고. 원래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노예들이 먹던 음식이었다. 미국인들에게 호핑존은 어려웠던 과거를 되새기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게 해주는 음식인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