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SKY캐슬’ 유성주 “첫 드라마가 ‘인생 드라마’ 될 줄이야”

입력 2019-02-28 15: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이 올 줄은 몰랐죠. 첫 드라마인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제게 역할 주신 제작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최근 성황리에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에서 영재(송건희 분)의 아빠이자 박수창 역을 맡은 배우 유성주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데뷔 이래 첫 드라마가 ‘신드롬’이 될 만큼 큰 인기를 얻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이 다음 편은 어떻게 되냐고 문자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라고 한 그는 “대본이 안 나와서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앞서 말했듯, ‘SKY캐슬’은 그의 첫 드라마이다. 함께 했던 배우들이 “유성주가 드라마 쪽에선 우리 막내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었으니까. 그 동안 줄곧 연극무대에서만 모습을 보이던 그는 갑자기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것일까.

“연극을 하다보면 계속 작품이 연결돼서 다른 장르로 도전할 여유가 없어져요. ‘SKY캐슬’도 미팅 당시에 연극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여를 못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분량도 많지 않으니 스케줄 조정은 가능할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배려를 해주셔서 출연할 수 있게 됐죠. 물론 저 역시 대본을 보면서 재미있을 것 같았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모든 조건이 적절하게 들어맞아 좋았어요.”

유성주가 연기한 박수창은 ‘SKY캐슬’의 서막을 열어준 인물 중 하나다. 서울의대에 합격한 영재(송건희 분)가 부모와 함께 했던 시간이 지옥 같았다며 모든 것을 등지고 나왔고 이에 충격을 받은 이명주(김정난 분)는 남편의 총으로 자살을 하며 강렬한 극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명주의 자살이 영재 때문이라는 것만 알고 시작했다”라며 “김주영(김서형 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당시 전혀 알지 못했고 대본을 받고나서야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잠깐이었지만 선배 김정난과의 연기호흡은 찰떡궁합이었다. 유성주는 “첫 리딩때부터 김정난 선배 연기는 매우 명료했다. 벌써 이명주로 들어가 있는 듯 했다”라며 “내겐 첫 드라마여서 걱정이 되는 마음에 연기에 물어봤는데 ‘다 알면서 왜 그래. 연극이랑 비슷해. 별 차이가 없어’라고 하시며 옆에서 힘이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정난 선배와 촬영할 때는 여러 번 찍을 필요가 없었어요. 거의 한 번에 다 갔죠. 첫 장면이 영재가 서울의대 합격하고 파티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춤을 출 때도 서로 생각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한 번에 촬영을 마쳤어요. 감정 씬을 찍을 때 장면 자체는 힘들었지만 준비하면서 이야기할 때는 굉장히 편했어요. 카메라 안에서는 아내 역으로, 카메라 밖에서는 선배로서 많이 도와주셨죠.”

아들 ‘영재’역을 맡은 송건희에 대해서 유성주는 “타고난 연기자”라고 칭찬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유성주와 송건희가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부자(父子)연기를 톡톡히 해냈다. 사실 첫 만남 때 배우들끼리도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끼리 앉고 자녀들끼리 앉아있는 자리에서 누가 누구의 부모고 자녀인지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라며 “나와 건희를 보더니 사람들이 ‘어머, 닮았네!’라고 놀라워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카메라 안에서는 제가 영재한테 잘해준 게 없잖아요.(웃음) 아들한테 총구도 겨눴는걸요.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 토닥거려주며 지냈어요. 호칭도 ‘아버지’, ‘아들’이예요. 이번에 건희를 처음 만났지만 타고난 연기자 같아요. 제가 건희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장면 촬영을 할 때 엄청 긴장해 있더라고요. 속으로 얘가 잘 하려나 걱정이 많이 됐는데 촬영 시작하자마자 그 긴장을 잘 이용해서 연기로 연결시키더라고요. 그래서 ‘야, 너 긴장된다며 왜 거짓말 하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제 자식 자랑이 아니라(웃음) 건희가 참 잘 했어요.”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SKY캐슬’을 참여한 배우로서 단순히 작품으로만 생각할 수 없었다.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정보수집과 수많은 인터뷰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 터라 유성주 역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그는 “배우들끼리도 ‘교육’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며 “나도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으로서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더 자녀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저는 아이의 선택에 대부분 맡기는 편이예요. 이제 5학년이 되는데 선생님이 수업도 잘 따라온다고 하시니 특별히 걱정은 안 해요. 유치원 때도 아이에게 가고 싶은지 물어보고 결정했어요. 4학년 때 영어 학원을 한 번 다녀보고 싶다고 해서 ‘관두고 싶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하며 보낸 적이 있어요. 학원에 안 가는 대신에 저랑 많이 놉니다. 어떤 집은 딸이 벌써부터 아빠랑 안 놀아준다고 하던데 다행히 저는 딸이 잘 놀아줘요. 이 드라마 하면서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뒤떨어질까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죠.(웃음) 그래도 아이들이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빗겨나가면 부모는 조금 바로 잡아주는 역할만 해도 될 것 같아요.”


‘SKY캐슬’을 하며 유성주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사람 중 하나는 동료 배우 유재명이다. “부산에서 유재명, 조진웅과 함께 연극계를 사로잡았다고 들었다”라고 하자 유성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쑥스러워했다.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선배와 함께 연극 한 편을 보고 배우가 돼야겠다고 꿈꿨던 그는 연극과를 지원했고 이후 배우가 돼 유재명을 만났다. 부산에서 연극을 하던 이들은 서울에서도 무대에 오르며 연기자의 꿈을 키워나갔다.

“거의 연습하고 술 한 잔하는 나날들이었죠. 그 시절 꿈도 나누고 연기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도 하면서 삶을 나눴죠. 지금 생각하면 참 낭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재명이가 먼저 대중매체를 가겠다고 했고 전 무대에 더 있어보겠다고 했어요. 연기하는 장소는 달랐지만 언제나 서로의 연기를 모니터 해주며 응원을 해줬죠. 그러던 중에 재명이가 심각하게 이 작품 한 번 봐달라고 했었는데 그게 ‘비밀의 숲’이었어요. 보자마자 꼭 하라고 했어요. 지금도 재명이의 드라마, 영화는 모두 보고 있어요. ‘SKY캐슬’ 촬영 끝나고 나서 지금 ‘라이프’ 정주행 중이에요.”

유재명 역시 ‘SKY캐슬’의 애청자였다고. 유성주는 “내가 잘 되니 재명이가 가장 기뻐해줬다. 그런데 자꾸 스포일러를 알려달라고 그랬다. 대본도 안 받았는데 어떻게 아냐고 하자 ‘야, 너 살아있어야 돼!’라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유성주의 차기작은 tvN ‘자백’이다. 극중 로펌대표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다. 도현(준호 분)의 변호사 시보 시절 로펌대표로 나서는 유성주는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뒤로는 권력을 좇는 인물로 분한다. 그는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명이와 부산에서 서울 올라올 때 ‘나이 먹고 뭔 짓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이어서 후회는 없었죠. 지금도 그래요. 아무도 모르는 드라마 현장, 영화 현장에 가는 거잖아요. 또 시작이죠. 주변에서 농담으로 ‘드라마 쪽에서 막내’라고 하는데 막내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합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