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곱씹을수록 맛있는 명대사3

입력 2019-04-01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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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곱씹을수록 맛있는 명대사3

영화 '우상'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대사를 정리했다.

◆ “뭘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믿게 하느냐 이것이 중요하잖아”

영화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 명대사는 “뭘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믿게 하느냐 이것이 중요하잖아”이다. 유력한 도지사 후보로 지목됐으나 아들이 벌인 뺑소니 사고로 도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던 구명회. 그를 찾아온 최 의원이 그에게 도지사 출마를 권유하며 남긴 이 대사는 명예라는 우상을 좇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사람들의 우상이 되고 싶었던 구명회의 폭주를 예고한다. 소탈하고 성실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만 내면에는 권력을 향한 야망이 들끓고 있는 구명회. 이야기가 전개되며 점차 드러나는 그의 위선 가득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성가대가 부르는 아그누스 데이(Agnus Dei)는 구명회의 야망과 상반되는 거룩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 “칼로 긁은 상처는 치료가 되지마는 입은 아이대오”

우상을 가질 생각조차 못 한 채 오직 생존이 목적인 련화, 그녀는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에겐 가차 없이 돌변한다. 자신을 향한 날 선 말들에 분노를 감추지 않고 “칼로 긁은 상처는 치료가 되지마는 입은 아이대오”라며 눈을 부릅뜬다. 손에 눈썹칼을 들고 달려드는 련화의 모습은 결코 쉽지 않았을 그녀의 과거를 짐작케 한다. 천우희는 “련화가 얼마나 거짓된 말들에 시달리고 하대와 무시를 당했을까 생각했다. 피해의식이 많아 뭐든지 말보다는 행동부터 하는 사람이 됐을 것”이라는 말로 고달팠을 련화의 삶을 이야기했다.


◆ “몰랐지. 몹쓸 병에 걸렸는데 아프지가 않으니까”

마지막 명대사는 수많은 청중을 상대로 연설을 하는 구명회의 모습 위로 흘러나오는 유중식의 내레이션이다.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자신이 좇는 우상이 허상이었음을 깨달은 중식은 “몰랐지. 몹쓸 병에 걸렸는데 아프지가 않으니까”라며 조용히 읊조린다. 이 대사는 여전히 권력과 명예라는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명회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우상'을 만든 이유라고 전한 이수진 감독의 말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구명회의 말을 경청하고 그에게 환호하는 청중들의 모습은 중식이 말하는 ‘몹쓸 병’을 연상시키며 관객들이 나 역시 몹쓸 병에 걸려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만든다.

영화 '우상'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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