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라이벌’ LG·두산, 17년만의 동반 3점대 ERA 도전 중

입력 2019-05-15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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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중일 감독(왼쪽)-·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나란히 투수 왕국이라니!’

극심했던 타고투저의 기세가 올 시즌 들어 한풀 꺾였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의 영향으로 투수 관련 각종 지표는 모처럼 안정을 찾은 반면 타격 관련 기록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14일까지 리그 평균자책점은 4.48이다. 2014년 5.21을 시작으로 지난해 5.17까지 직전 5년간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과는 딴판이다. 이러한 변화는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이 앞에서 견인 중이다. LG는 42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3.15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그 뒤를 두산(3.17)이 바짝 쫓고 있다. 두 팀간의 격차는 한 경기로도 충분히 뒤집힐 만큼 근소하다. 3위 SK 와이번스(3.85)와 격차도 제법 벌어졌다. 4위 NC 다이노스부터는 4점대 이상이다. 그
만큼 LG와 두산의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의미다.

이들이 나란히 3점대 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 사례는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해 두 팀은 나란히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했다. 소숫점 세 자리까지 범위를 넓히면 LG가 3.931, 두산이 3.933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당시 팀 평균자책점 순위는 LG가 3위, 두산이 4위였다. LG는 ‘야생마’ 이상훈을 필두로 이동현, 장문석, 최원호 등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했고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가 바로 2002년이었다. 두산은 ‘원투펀치‘ 박명환·개리 레스를 축으로 구자운, 진필중 등이 버텨줬다.

나란히 찬란했던 2002년을 끝으로 양 팀의 희비는 엇갈렸다. 두산은 이후에도 여섯 차례나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등 강팀의 면모를 유지했다. 반면 LG가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건 2003년과 2013년 두 차례뿐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4회 연속 진출하며 승승장구 중이지만 LG의 찬란한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LG와 두산 모두 선발과 불펜에 걸쳐 고른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차우찬까지 LG의 3선발은 어느 팀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불펜 평균자책점(2.48)은 리그 1위다. 마무리투수로 거듭난 고우석을 축으로 정우영, 진해수 등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두산은 선발 평균자책점 1위(2.84)로 앞쪽의 무게가 앞선다.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 원투펀치에 8경기 5승무패를 달리는 이영하의 존재감이 반갑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라이벌이다. 이들이 함께 좋은 성적을 낸다면 리그 전체의 이슈를 독식할 수 있다. ‘투수왕국’이라는 키워드는 낯설지만 반가운 타이틀이다. 선의의 경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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