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비스트’ 이성민 “난 일 중독자, 돈 때문에 연기하는 것 아냐”

입력 2019-06-26 14:1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DA:인터뷰①] ‘비스트’ 이성민 “난 일 중독자, 돈 때문에 연기하는 것 아냐”

배우 이성민이 영화 ‘공작’과 ‘비스트’를 통해 돌아본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52세, 그는 “지금은 흥행을 걱정해야할 시기”라며 “배우로서 앞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과 다행이라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고 말했다.

“어쨌든 배우로서 이성민이라는 사람의 흔적을 남길 수 있죠. ‘공작’ 통해 더욱 느낀 부분이에요. 영화 역사 구석에 내 이름을 남길 수 있지 않나 싶은. ‘꿈 꿔 온 일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초지일관 다시 태어나면 배우 안 하겠다고 말한다. 다만, 외롭지 않은 직업임이 확실하고, 더 나이 들면 처음 연극을 시작했던 경북 영주에 있는 극단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상상해보기도 한다”고 직업의 단정할 수 없는 매력을 이야기했다.

“요즘엔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협업할 수 있어서 외롭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마음이 놓여요.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죠. 좋은 캐릭터가 있어서 배우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것이고 좋은 연출자가 있어야 훌륭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이잖아요. 어차피 발을 담근 길, 직장인들이 매일 출근하듯이 저도 그냥 ‘저의 일’이라고 말해요. 정말 솔직하게, 돈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 단지 돈이 이유라면 이성민이라는 배우가 자리한 위치에서 이렇게까지 다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성민 역시 ‘일 중독’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는 “스무 살 때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군 복무 시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연극을 했다. 연기할 때 오히려 몸이 아프지 않더라”며 “이순재 선생님을 가까이서 보니, 꾸준히 작업하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더라. 나중에 체력이 안 되거나 나이 들면 처음 연극을 시작했던 극단에 가서 다시 노는 꿈을 꾸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화 ‘비스트’에서 건강은커녕 스트레스를 받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이성민은 ‘비스트’에서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강력반 에이스 한수 역할을 맡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점점 극한 상황에 처하는 인물이다.

이성민은 “역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특이한 경험을 했었다. 평소에는 일상에까지 캐릭터의 감정을 끌어들이지 않는 편인데, 희한하게 ‘비스트’ 한수를 연기하는 내내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라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었다. 인물의 감정선도 극단적이었지만, 분량도 많아서 그랬나보다. 촬영이 끝나고 정말 행복했다”고 현장을 추억했다.


이어 “캐릭터가 돋보여서 끌린 작품이다. 또 이정호 감독 연출 때문에 설렜다. 완성본을 봐도 일반적인 형사물과는 다르더라”며 “이정호 감독과는 ‘베스트셀러’(2010) 때부터 작업을 함께 해왔다. 이정호 감독이 갖고 있는 진중함, 익숙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 유재명과 이정호 감독이 비슷한 면이 있다”고 연출자, 배우에 대한 애정을 덧붙였다.

“이정호 감독 문체에 익숙해요. 굉장히 대사를 문학적으로 쓰는 감독이거든요. 시나리오를 단번에 읽긴 했어요. 물론 촬영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대사를 바꾼 적이 있지만요. 유재명 배우와도 비슷해요. 감독, 유재명과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확실히 유재명은 저와 다릅니다. 굉장히 품위가 있어요. (웃음) 저는 그들처럼 대화를 잘 못해요. 유재명과는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 각자 뭘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연기를 하면서도 짜릿짜릿 한 적이 있었죠.”

‘비스트’라는 영화 자체에 대해선 “이정호 감독은 ‘방황하는 칼날’에서도 소년법 논쟁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는 ‘누가 진짜 괴물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며 “인간의 본질, 깊숙이 숨겨져 있는 본성을 끄집어내는 작품이다. 출연하는 인물 중 쉬어갈 틈이 없다보니 영화가 묵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작’으로 호평을 많이 받았고 저에게 초심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줬어요. ‘비스트’에 출연하면서는 역시 배우는 게으름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죠. 배우가 아플수록, 땀을 흘릴수록, 괴로워할수록 연기가 잘 나오더라고요. 몸이 편안하면 안 돼요. (웃음) 스트레스 없이는 좋은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치열해져야겠죠. 일단 ‘비스트’가 잘 돼야 합니다! 올해 개봉할 영화가 2개 더 있어요. 자주 봐요~”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6월26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