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전미선이 갑작스레 세상과 이별을 고해 팬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주고 있다. 숨지기 나흘 전인 6월25일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고인의 모습이 더욱 처연함을 안긴다. 스포츠동아DB
데뷔 30년 명품 연기로 팬들 사랑
유작된 마지막 영화 ‘나랏말싸미’
송강호·봉준호 감독 등 빈소 찾아
49세를 일기로 하늘로 떠난 전미선은 30년간 대중에게 위로와 공감, 감동을 안긴 연기자다. 늘 편안하고 안정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온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6월29일 오전 11시40분경 전북 전주시 고사동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인은 최근까지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전주를 찾은 것도 6월29일과 30일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을 위해서였다.
● “평소 우울증 치료”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28일 오후 전주에 도착해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한 전미선은 6월29일 오전 1시40분경 아버지와 4분가량 통화했다. 생전 마지막 통화에서 그는 ‘가족이 아파 힘들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친정어머니가 투병 중인 데다 최근 오빠의 아내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속사 보아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평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전미선은 한결같은 연기 활동으로 팬들에게 공감과 신뢰를 안겼다. 1989년 KBS 1TV 드라마 ‘토지’로 데뷔한 이래 공백 없이 성실하게 연기해왔다. ‘제빵왕 김탁구’ ‘해를 품은 달’ ‘구르미 버서난 달처럼’ 등 인기 드라마에 늘 등장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데뷔 30주년을 맞은 올해 배우로서 또 다른 시작을 알릴 영화 ‘나랏말싸미’ 개봉을 앞뒀지만 유작이 되고 말았다.
연기자 전미선(가운데)이 박해일, 송강호와 함께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송강호 “푸근하고 따뜻함 가진 배우”
전미선을 잘 아는 연예관계자들은 “고인은 착하고 따뜻한 성품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 함께 일하는 스태프를 누구보다 살뜰하게 챙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의 매니저와도 10여 년간 함께 일했고, 가족처럼 지내왔다.
전미선의 마지막 공식 무대는 6월25일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였다. 동료 송강호, 박해일과 함께 나서 의욕을 드러냈다. 당시 송강호는 “전미선은 푸근하고 따뜻함을 가진 누님 같은 느낌의 배우”라고 친근함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고인은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 박해일과 2003년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 만에 재회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관심을 당부했지만 불과 나흘 뒤 부고를 알리게 됐다.
송강호는 6월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직후 한달음에 달려왔다. ‘살인의 추억’, ‘마더’를 고인과 작업한 봉준호 감독, 고인이 출연키로 했던 KBS 2TV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의 연출자 김동휘 PD도 출연진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온라인 게시판인 디시인사이드 영화갤러리는 “혼신의 영혼으로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한 명배우였다”고 추모했다.
고 전미선은 2006년 촬영감독인 남편과 결혼했고, 슬하에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발인은 7월2일 오전이다. 장지는 경기 광주시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