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무대 데뷔 3경기 만인 25일(한국시간) 디종전에서 결승골로 신고식을 한 황의조(보르도·왼쪽)는 감독의 배려 속에 제자리를 찾고 있다. 파울로 소사 감독(오른쪽)은 황의조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사진출처|보르도 홈페이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지롱댕 보르도(프랑스 1부리그) 유니폼을 입은 황의조(27)도 마찬가지다. 가족 덕분에 먹을거리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어한다. 특히 그곳에선 경기장에 통역을 대동할 수 없다. 모든 소통을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때문에 보르도의 파울로 소사 감독은 프랑스어로 전술을 설명한 뒤 황의조를 따로 불러 간단한 영어로 얘기하거나 그림을 그려가며 이해시킨다고 에이전트 이영중 이반스포츠 사장이 전했다.
사실 프랑스리그는 한국선수가 적응하기 까다로운 무대다. 이 사장은 “경기 템포가 엄청 빠르다. 아프리카 출신들이 대부분인데, 체격과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 빠르기까지 하다. 처음에 (황)의조가 이런 템포를 맞추기 힘들어했다. 또 대부분 팀들이 전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상위권 몇 팀을 제외하면 수준 높은 압박이나 전술적인 경기흐름이 부족하다. 이는 적응이 덜 된 황의조가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요인이기도 하다.
다행히 황의조는 3경기 만에 웃었다. 그는 25일 디종FCO와 3라운드 원정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시즌 첫 승(2-0)을 이끌었다. “(황)의조가 데뷔골 넣고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이 사장도 웃었다. 데뷔골 타이밍도 절묘했다. 앞선 2경기서 1무1패로 부진해 팀 분위기가 어두웠다. 이 사장은 “3차전에서도 안 좋았다면 감독에 대한 이런 저런 비판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사장은 ‘감독 배려’를 여러 차례 얘기했다. 그는 “감독이 신경을 많이 써준다”며 고마워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연속으로 선발로 내세운 건 감독이 황의조의 능력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황의조의 볼 컨트롤이나 패스, 슈팅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적응만 되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감독은 동료의 도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황의조가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타이밍이나 앞으로 나와서 볼을 받는 동작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팀 동료들을 이해시킨다. 이 사장은 “고마운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이 아무리 좋아해도 선수가 골을 못 넣으면 불편해진다. (황)의조 때문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3경기 만에 믿음에 부응한 것은 다행이다”고 했다.
이 사장은 팀 적응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4차전에서는 골은 물론이고 팀 전술에 더 많이 녹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다음 달 1일 리옹과 원정경기를 통해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