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한국여자축구대표팀 최인철 신임 감독이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0년 10월부터 1년간 여자대표팀을 맡은 뒤 8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당시에는 젊고 패기는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면서 “돌이켜보면 전술 운영이나 선수들과의 소통이 더 필요했다. 그런 부족한 점이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최 감독은 대표팀 운영 방향과 관련해 현실 파악과 개선점 공유, 그리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우선 최 감독은 세계 상위권 팀과의 격차를 확인했다. 그는 “2015년과 2019년 여자월드컵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봤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이나 북중미 선수들의 전술적인 면이나 체력적인 면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남자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과 스피드가 향상됐다. 또 팀 전체가 빌드업을 하면서 발기술이 좋아졌고, 템포도 빨라졌다”면서 “이는 우리의 숙제”라고 진단했다.
숙제를 풀기 위해 외국인 스태프 영입과 상비군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최 감독은 “여자축구도 이제 세계 트렌드에 맞춰가야 한다. 유럽 현장을 잘 아는 외국인 스태프를 영입해 그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성이 중요한데 20세 이하(U-20), U-17대표팀 등을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대표팀을 받쳐줄 수 있는 상비군 개념의 B팀을 운영하면 빈약한 선수층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격한 세대교체는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12월 부산에서 열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과 내년 2월 제주에서 개최되는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준비하는 최 감독은 “노장을 배제하고 신인만으로 대표팀을 채운다는 건 위험하다. 올림픽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노장과 신인의 조화가 중요하다”면서 완전한 세대교체는 올림픽 이후로 미루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지금 여자축구는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또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은 8팀이 2개조로 나뉘어 내년 2월 3일부터 9일까지 한국과 중국에서 풀 리그를 치러 1, 2위 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 1, 2위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홈&어웨이 경기를 치르는데, 여기에서 이긴 팀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