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에서 화성FC 김학철 감독, 유병수, 대전 코레일 김승희 감독, 조석재와 상주 상무 김경중, 김태완 감독, 수원 삼성 염기훈, 이임생 감독(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미디어데이는 입씨름하는 날이다. 재미는 도발에 있다. 강력한 말 폭탄으로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 기본이다. 더 강한 게 필요하다. 비수를 꺼내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 미디어데이는 날선 공방으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대전 코레일(N리그)-상주 상무(K리그1), 수원 삼성(K리그1)-화성FC(K3리그)는 저마다 결승은 물론이고 정상까지 밟겠다는 각오가 만만치 않았다. 홈 & 어웨이 방식의 4강 1차전은 18일, 2차전은 10월 2일 열린다.
● “우린 단기전 강해” vs “우린 정신력 강해”
코레일의 목표는 내셔널리그 최초의 FA컵 우승이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05년 울산현대미포조선의 준우승이다. 올해 그 기록을 깨겠다는 각오다. 코레일 김승희 감독은 “우린 단기전에 강하다. 축구는 단합이 중요하다. 감독이 요구하기 이전에 선수들끼리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그는 “선수층이 두껍지 않지만 버리는 경기는 없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세심하게 살펴 잘 준비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코레일 조석재는 “우승이 목표라던 울산 현대도 우리한테 혼났다(32강전 코레일 2-0 승). 이번에도 보여 주겠다”며 김 감독을 거들었다.
상주는 2014년 이후 5년 만에 4강에 올랐다. 이번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상주 김태완 감독은 “코레일이 경기를 잘하고 4강까지 올라온 만큼 절대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역 선수들 때문에 전력 누수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될 때마다 정신력을 강조한다. 선수 각자 절박함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주축 선수들의 전역이 내년 1월인데, 결승까지 가면 그들을 (영외로 나갈 수 있는) 동계훈련까지 데려가겠다”며 당근책을 꺼냈다. 상주 김경중은 “전역보다 우승이 더 중요하다. 우승컵을 감독님에게 선물하겠다”며 당차게 말했다.
● “FA컵 우승은 자존심” vs “선수들 간절함이 무기”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FA컵 최다 우승(4회)팀인 수원은 2016년 이후 3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린다. 리그 우승이 멀어진 수원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길은 FA컵 우승밖에 없다. 이임생 감독은 “상대 조직력이 좋다. 방심하지 않겠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FA컵과 리그 중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대해 그는 “리그는 상위스플릿이 목표다. 4강까지 올라온 FA컵은 당연히 우승 욕심이 난다. 자존심을 지켜 우승컵을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수원 염기훈도 “화성에는 프로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많다”면서도 “우리도 간절하다.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화성은 4부리그격인 K3 최초로 준결승에 오른 만큼 사기가 넘친다. 화성 김학철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의 사연이 다양하다”면서 “특히 간절함이 크다. 선수들이 긴장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K리그 신인왕 출신 유병수는 “수원과 실력차가 나겠지만 절대 쉽게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