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DH 1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에서 두산 김재환이 우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재환은 두산이 자랑하는 부동의 4번타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6시즌부터 지난해까지 그 입지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달랐다. 2018시즌 44홈런을 터트리며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던 거포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순을 오가는 일도 잦았다. 특히 갈비뼈 통증을 털고 돌아온 8일부터는 단 한 번도 4번 타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는 19일 인천 SK 와이번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찾아왔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에 앞서 “(김)재환이가 4번타자로 나간다”고 밝혔다. 9월 들어 처음 4번타자로 나선다는 부담보다는 책임감이 컸다. 더블헤더 두 경기를 모두 패한다면 선두 다툼은 고사하고 2위 싸움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었다. “이러다 와일드카드에서 뛸 지도 모른다”던 경기 전 두산 선수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했다. 순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인 만큼 김 감독은 김재환의 경험을 믿었다.
전략이 통했다. 김재환은 4번타자다웠다. 4-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 SK 선발투수 문승원의 체인지업 실투(시속 129㎞)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15호)으로 연결했다. 본인은 물론 팀의 9월 첫 홈런으로 의미를 더했다. 특유의 팔로스루는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케 했다. SK 우익수 정의윤이 제자리에 멈춰 섰을 정도로 큼지막한 타구였다(비거리 115m). 김재환~오재일~박세혁의 4~6번 타순이 6안타 5타점을 합작한 두산은 6-4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18일까지 4.5경기차였던 선두 SK와 간격이 더 벌어지는 것을 막았다.
홈런 생산은 다소 줄었지만, 김재환에 대한 벤치의 믿음은 변함없다. 김 감독도 “김재환의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힘을 실어줬다. 실제로 최근 타구의 질도 나쁘지 않다.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늘었다. 엄청난 손목 힘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팔로스루는 변하지 않았다. 상대 배터리가 여전히 김재환을 상대하기 껄끄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더블헤더 첫 경기에서 김재환의 진가가 나왔다. 김 감독은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재환이 중요한 홈런을 쳐줬다”고 칭찬했고, 김재환은 “중요한 경기에서 팀이 연패를 끊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두산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181안타로 2015년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 브루어스)의 180안타를 넘어 KBO 외국인타자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남은 시즌 페르난데스가 터트리는 안타 하나하나가 새 역사가 된다. 두산 구단도 2016시즌부터 4년 연속 80승을 기록하며 KBO 최초의 역사를 만들었다.
인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