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4연속대타’ 기용, 한화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입력 2019-09-2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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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 스포츠동아DB

시즌 막판 한화 이글스의 선전은 열성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을야구가 일찌감치 물 건너간 상황임에도 개의치 않고 베스트 멤버를 앞세워 시즌 첫 5연승까지 신고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왜 이제야”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내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한화는 25일 창원 원정경기에서 진땀나는 3-2 승리를 거뒀다. 전날 5강을 확보한 NC 선수단은 이날 한화전을 앞두고는 ‘오후 5시 출근’이라는 파격으로 한껏 기분을 냈다. 경기 전 가벼운 워밍업이 훈련의 전부였다. 그런 NC를 맞아 한화는 9회까지 쩔쩔 맨 끝에 1점차로 이겼다.

이날 NC는 0-3으로 뒤진 6회말 무사 1·2루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선사’했다. 양의지~박민우~모창민~이명기로 이어진 4연속대타 카드가 나왔다. 2연속대타도 흔치는 않은 편인데, 승부처라 판단한 NC 벤치는 ‘팬 서비스’까지 의식한 듯 이례적 기용으로 한화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3위에서 9위로, 1년 만에 ‘꽃길’에서 ‘흙길’로 밀려난 한화의 현실을 단편적으로나마 상징하는 장면일지 모른다. 2017년까지는 너무도 익숙했던, 약체로 전락하면 당하는 수모를 25일 NC전에서 한화 선수단은 다시 경험했다. 물론 이날 상대가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였더라도 이동욱 NC 감독은 똑같은 선택을 했을 테지만 ‘9위’ 한화로선 그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볼 만했다.

때마침 8회말 한용덕 한화 감독은 팀의 4번째 투수 이태양이 선두타자 박민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자 우타자 모창민 타석에 우완 안영명, 좌타자 이명기 타석에 좌완 임준섭을 잇달아 원포인트 릴리프로 기용했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로도, 혹은 ‘소심한 복수’로도 풀이될 수 있다. 다만 분분한 해석과 별도로 적어도 한화 선수들은 6회말과 함께 8회말 이 상황 역시 머리와 가슴에 담아둘 필요는 있어 보인다.

8월까지 지속된 부진에 한 감독과 한화 선수단 모두는 극심한 비난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9월 이후 뒤늦게 힘을 내면서도 분위기는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프로는 과정 못지않게 결과로 평가받는 세계다. 막판 매 경기 정예 멤버를 가동해 올 시즌 가장 긴 연승을 맛봤지만, 결국 내년으로 이어가지 못한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1년 뒤 이맘때는 열성 팬들이 목청껏 외치는 “최강 한화”라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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