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TV, 이야기로 경제를 말한다

입력 2019-10-26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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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더욱 밀접한 경제문제를 깊숙이 파고드는 영화와 드라마가 연이어 나온다. 국가 경제를 뒤흔든 금융범죄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부터 국민적인 상처를 넘어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안긴 IMF 외환위기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가 이어진다.

조진웅과 이하늬가 주연해 11월13일 개봉하는 ‘블랙머니’(제작 아우라픽쳐스)는 거대 금융비리를 파헤치는 검사와 해외 투기자본의 대립을 그린 이야기다. 자산 가치 70조에 이르는 은행이 단 1조7000억원에 해외 자본으로 넘어간 사건이 주요 내용이다.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론스타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극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바탕의 사극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벌어진 현대사의 변곡점을 극화하는 시도는 계속돼 왔지만 경제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현실을 비추는 작품의 기획 시도는 새롭다. 지난해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을 다각도로 짚은 김혜수·유아인 주연의 ‘국가부도의 날’의 성공과 반향에 힘입어 최근 영화계도 경제 이슈로 시선을 넓히고 있다.

특히 ‘블랙머니’는 사법부를 비판한 ‘부러진 화살’부터 1990년대 한국영화 대표작으로 꼽히는 ‘하얀전쟁’ ‘남부군’ 등으로 현대사와 현실을 성찰해온 정지영 감독의 작품이란 사실에서 관심을 더한다. 감독은 금융감독원과 대형 로펌, 해외 펀드 회사가 뒤엉킨 거대한 금융 비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정지영 감독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는 무수한 일들이 벌어지고, 부정적인 일 가운데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 스며들어 무의식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사건을 파헤쳐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토론하고 싶다”고 밝혔다.

금융 비리를 추적하는 검사 역의 조진웅은 “이 사건을 영화로 말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영화를 만드는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드라마의 움직임도 속도를 같이 하다.

김상중과 채시라가 주연해 금융 비리를 파헤친 MBC 드라마 ‘더 뱅커’에 이어 배우 고수와 이성민·심은경이 나선 tvN 드라마 ‘머니게임’이 내년 방송을 목표로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머니게임’은 IMF 위기를 연상케 하는 소재로, 국가에 닥칠지 모를 경제적 비극을 막으려는 금융위원회 사람들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국가 부도의 날’이 먼저 시도해 사회적인 환기의 역할을 했던 IMF 외환 위기 당시 상황을 현재 시점으로 옮겨와 보다 현실감 넘치는 경제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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