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시즌 루틴과 직업병, 그리고 KB손해보험

입력 2019-10-27 17: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 경기에서 KB손해보험 김정호가 득점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장충|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손해보험은 24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오후 7시 홈경기를 치른데 이어 사흘만인 27일 오후 2시 우리카드와 장충체육관에서 원정경기를 했다. 사흘 뒤에는 다시 홈에서 한창 기세가 좋은 OK저축은행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생 둘째 아들과 장충체육관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24일 야간경기를 끝마친 KB손해보험 선수들은 약속된 팬 서비스를 마치고 버스로 이동해 밤 12시께 수원의 숙소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경기에 출전한 주전선수들을 중심으로 부상부위의 물리치료를 받았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이었다. 선수들은 25일 하루 종일 휴식을 취했다. 경기에 많이 뛰지 않았던 선수들만 오후에 가벼운 볼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26일 다시 숙소에서 장충체육관으로 이동해 코트 적응훈련을 했다. 오후에는 수원 숙소로 돌아와 우리카드의 경기영상을 보며 분석을 했고 27일 경기를 했다. 이런 일정이 쉼 없이 반복되는 것이 시즌이다. 빡빡한 일정은 어지간한 체력이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한여름에 선수들은 높은 산을 타고 몇 번씩 토할 정도로 힘든 체력훈련을 반복한다.

아무리 배구가 좌우 9m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기여서 체력소모가 적다고 해도 한 경기를 뛴 주전 선수들은 체중이 2~3Kg씩 쉽게 빠진다. 장신의 선수들이 쉼 없이 코트에서 점프하다보니 무릎에 하중도 많이 걸린다. 이 때문에 대부분 직업병이 있다. 20대 중반~30대 초반 배구선수들의 무릎사진을 찍어서 전문가에게 보여주면 노인에게서만 볼 수 있는 연골상태라고 진단한다. 현역선수들은 대부분 부상과 통증을 안고 있다. 다만 내색하지 않고 참으면서 경기를 할 뿐이다. 어느 30대 여자선수는 “화장실 변기에 앉을 때는 주변의 무엇인가를 잡아야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만큼 선수들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모든 경기에서 풀세트 혈투를 치렀다. 27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도 먼저 2세트를 따냈지만 역전패 당했다. 시즌 4경기 연속 풀세트라 체력저하의 부담도 함께 안았다. 같은 피로라도 경기를 이길 때와 지고 난 뒤에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최근 3연패 탓에 몸과 마음이 무거운 상태에서 빠듯한 일정부담까지 안았다. KB손해보험이 시즌 초반 10월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 지 궁금하다.

장충체|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