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꽃’ 자막, ‘센스’와 ‘규율’ 사이

입력 2019-11-0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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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유재석. 사진출처|tvN ‘유퀴즈 온더 블럭2’ 캡처

예능프로그램에서 ‘자막’에 시청자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재미를 더하는 수준을 넘어 프로그램의 화제를 좌우하는 ‘제2의 주역’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최근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tvN ‘유퀴즈 온더 블럭2’,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2’는 기발한 자막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오우야” 같은 감탄사의 모음을 출연자의 눈이나 코로 대체하는 식의 독특한 자막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식물 이름이면서 비속어를 연상하게 만드는 ‘존넨쉬름’이 적힌 팻말을 활용해 출연자들을 타박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덕분에 온라인상에서도 ‘미친 자막’이라는 반응도 이어진다.

예능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도 자막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자막이 제작진의 센스를 증명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자막을 20~30대 조연출과 막내 연출자의 ‘감각’을 평가하는 무대로도 활용하고 있다. 메인 연출자들도 “틀에 박히지 않은 기법을 자유롭게 사용하라”면서 이들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의 자막이 때때로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표준어가 아닌 비속어 사용이 빈번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서 정한 방송언어 규정과 충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로 최근 “일부 세대만 이해할 수 있는 불통 언어, 국적불명의 언어가 범람한다”며 신조어와 줄임말을 쓴 KBS 2TV ‘해피투게더4’ 등 13개 프로그램이 무더기로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한 예능프로그램 연출자는 “‘한글 파괴’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으면서 대중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언어를 화면에 녹이는 것이 어려워 고민을 거듭한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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