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KGC인삼공사의 딜레마. 정호영 지민경의 성장

입력 2019-11-06 11: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GC인삼공사 정호영(왼쪽)-지민경. 사진ㅣ동아일보DB·스포츠동아DB

KGC인삼공사가 1라운드를 2승3패 승점5로 마쳤다.

5일 김천 원정에서 먼저 2세트를 내주고도 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두며 4위로 올라섰다. 6승24패 승점21의 처참한 기록을 남겼던 지난 시즌과 비교한다면 출발이 나쁘지 않다. 10월29일 홈에서 우승후보 흥국생명에 3-2 역전승으로 시즌 첫 승리를 신고했을 때는 엄청난 수비가 빛났다.

무려 130개의 디그를 성공시키며 흥국생명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리시브효율이 495-30%로 상대보다 훨씬 떨어졌지만 22득점한 이재영의 공격성공률을 29%로 떨어트린 덕을 봤다.

도로공사 경기는 외국인선수 디우프가 무려 40득점을 해준 공이 컸다. 공격점유율 54%를 찍으며 38%의 공격성공률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5세트에는 11득점, 89%의 점유율로 혼자서 배구를 했다. 2009~2010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종 7차전 5세트에 당시 삼성화재 가빈이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괴력을 훨씬 뛰어넘었다.

● 낮은 리시브 효율이 외국인선수 의존도를 높이다

1라운드에서 3번의 풀세트경기를 한 KGC인삼공사의 딜레마는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드러났다. 먼저 리시브효율. 44%-29%로 도로공사보다 떨어졌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 경기에서 기록한 39%가 시즌 최고기록이다.

인삼공사는 불안한 리시브 탓에 상대보다 출발이 불리하다. 세터가 움직이면서 공을 받다보니 세트플레이 비중도 낮았다. 당연히 이단공격을 자주 선택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외국인선수의 공격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FA영입선수 최은지가 공격과 리시브에서 한자리를 채워준 덕분에 버티고는 있지만 몇 년 째 아쉬운 것은 왼쪽 윙스파이커 자리다. 2016~2017시즌 신인왕출신의 지민경의 성장을 고대하지만 아직 답이 없다.

피지컬과 공격능력을 갖춘 지민경은 루키시절의 176득점을 정점으로 57득점~5득점을 기록하며 계속 추락하고 있다. 리시브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성장이 멈춰버렸다. 비시즌 때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이제는 되겠다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부상과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를 놓쳐버렸다.

1라운드에서 지민경은 딱 2번 공격을 시도했지만 블로킹으로 차단당했다. 이런 지민경을 위해 구단도 공을 들이고 있다. 멘탈을 강화하려고 심리상담을 권유했다. 최근 심리상담은 진행 중이다. 성과도 있지만 선수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그저 애태우며 기다릴 뿐이다.

인삼공사는 그동안 이 자리를 메우려고 FA영입도 시도했다. 대전연고의 김미연은 얘기가 잘 진행됐지만 최종면담 하루 전에 흥국생명이 채가고 말았다. 이번 비시즌에 탐을 냈던 고예림도 현대건설이 먼저 품었다. 한정된 선수자원 시장에서 아무리 돈다발을 준비해도 2시즌 째 빈손이다.


● 슈퍼루키 정호영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인삼공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정호영을 선택했다. 앞으로 한국배구를 이끌어갈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기대가 크다. 팀으로서는 정호영이 윙 공격수로 리시브도 하고 왼쪽공격 한자리를 메워주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물론 쉽지는 않다. 1라운드에서 보여준 리시브 능력은 프로무대에 서기에는 모자랐다.

모르는 사람들은 “계속 경기에 출전시키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선배들의 서브폭탄에 범실을 거듭하다 자신감마저 잃어버리면 앞으로 남은 선수생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지민경의 사례가 눈앞에 있다. 또 하나 선수 한 명을 육성하기 위해 팀이 희생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한다고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부터 정호영에게 전담코치를 붙여서 리시브 훈련을 시키고 프로선수에 적합만 몸을 만들며 착실히 준비할 수는 있다. 현재 키에 비해 적은 체중부터 늘리고 근력을 강화하면서 리시브까지 연습시키려면 2~3년이 필요하다. “고등학교를 졸업반 선수가 프로 언니들의 서브를 견디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필요하다”고 대부분의 프로감독들은 말한다.

물론 이재영 이소영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고 정호영이 배구센스가 뛰어나다면 준비기간을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구단이 2~3년을 투자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정호영과 팬들이 받아들일지는 누구도 모른다. 경기에 나서지 않고 훈련만 하면 FA선수가 될 시기가 늦춰진다. 선수에게는 불리하다. 속도 모르는 팬들은 그 기간동안 왜 정호영을 쓰지 않느냐고 비난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KGC인삼공사와 서남원 감독은 머리가 아플 것이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특히 좋은 프로선수를 육성하는 일은 이처럼 어렵고 생각할 것이 많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