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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경헌. 사진제공|PR이데아
● “‘배가본드’ 아닌 ‘불청’의 내가 진짜!”
강경헌은 유가족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알고 보니 테러의 공범이었다는 반전의 인물이다. “그 무엇도 아닌 50억 원을 위해” 테러를 감행하는 오상미를 연기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이해하면 안 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훨씬 어렵다. 촬영 전부터 오상미의 가족사나 과거를 한참이나 상상하고 써내려갔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라 인간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거란 결론이 나오도록 말이다. 특히 정체를 알 수 없는 행동으로 ‘반전’을 줘야 했다. 정체를 감추기 위한 거짓 연기를 연기하느라 뜻밖의 ‘발 연기’를 해야 했다. 한때는 ‘사람들이 내가 연기를 진짜 못 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다.(웃음)”
피도 눈물도 없는 연기로는 2018년 5월부터 함께 해온 SBS ‘불타는 청춘’의 멤버들에게도 “다시 봤다”는 극찬(?)을 들었다. 강경헌은 “그동안 똑 부러지거나 악역을 주로 했는데 ‘불타는 청춘’ 속 내 모습이 진짜”라며 웃었다.
“대사가 없는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처음엔 두려웠다. 처음엔 ‘대체 뭘 해야 하나’ 어렵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나 편해졌다. 많은 시청자가 좋아해주는 것도 기쁘다. 때때로 좀 더 점잖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현장이 너무나 즐거워 어쩔 수 없다. 다만 ‘불타는 청춘’으로 내 나이가 너무 많이 알려진 게 아쉽다. 30대 연기도 해야 하는데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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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경헌. 사진제공|PR이데아
● “마인드 컨트롤, 나를 버티게 하는 힘”
“평소 멋이 없게 살면 멋있게 연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걸음걸이도 평상시와 달리 걸으면 어색한 게 단번에 티 나지 않나. 연기도 내 안에 전혀 없는 것을 꺼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악역이라도 짜증을 유발하는 게 아닌, ‘저 악역은 멋있어’란 말이 나오게 매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평소의 나를 가다듬어 유연한 마음을 만들어놔야만 한다.”
연기를 향한 신념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대할 때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한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을 마음으로 품는 훈련을 해야 더 많은 캐릭터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 연기자들에게도 늘 “마인드 컨트롤”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무용수나 음악가처럼 연기자는 매일 훈련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물론 발성, 호흡 등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평소에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넓게 보고, 깊이 이해하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정도다. 작품이 잘 됐을 때에도, 안 됐을 때에도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게 연기자로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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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경헌. 사진제공|PR이데아
● “결혼 향한 닫힌 문, 최근에 열었어요.”
‘불타는 청춘’에 나간 후로는 주변에서 “결혼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웃는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구본승과 ‘핑크빛 무드’로 엮이고는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도 받았다.
“처음엔 그런 질문들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예능프로그램의 재미로 받아들여주는 시청자가 더 많아서 안심이다. 한때 결혼과 연애에 모두 마음을 닫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문이 조금 열렸다고나 할까.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좋은 사람 있으면 연애하자’ 싶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사랑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좋을 것 같다. 운명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까?(웃음)”
배우로서는 “힘이 닿는 한 연기를 하는” 꿈을 꾼다. ‘배가본드’로 좋은 시청률 성적도 맛 봤으니 내년에는 “대놓고 선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면 연기자는 그 뿐이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어떤 작품이나 즐겁지만, 지금까지는 악역이나 미스터리한 인물,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는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이젠 정의와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