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폭행 없고 학습권 보장하고…한영관 회장의 14년이 바꾼 리틀야구

입력 2019-11-18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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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관 회장. 사진제공 | 한국리틀야구 연맹

한국야구는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신화에 2008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성과에 힘입어 중흥기를 맞았다. 이른바 ‘베이징 키즈’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리틀야구 인구가 늘어났다. 자연히 이들을 주관하는 한국리틀야구연맹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그리고 리틀야구는 양적, 질적 팽창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14년째 한국리틀야구연맹을 이끌고 있는 한영관 회장(70)이 있다.

●청탁·폭행·촌지, 리틀야구의 3무(無)

1970년대 실업팀에서 야구를 했던 한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딸 한희원(41) 프로를 돕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2006년, 고교 동기였던 고(故) 하일성 당시 KBO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리틀야구연맹 회장직을 맡았다.

그때만해도 한국의 리틀야구 실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메인구장인 장충구장조차 컨테이너 박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쓰러져가는 나무 벤치에 앉아야 했으며, 구더기가 나오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처리해야 했다. 한 회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해 8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이어 구장마다 라이트 설치에 나섰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평일 오전 및 오후에 대회가 있었다. 리틀야구 지도자들은 ‘주말 휴식’을 이유로 평일 대회를 주장해왔다. 한 회장은 “모든 걸 아이들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그들을 설득했다. 수업을 모두 마친 시간대, 그리고 주말을 활용해 실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한영관 회장. 사진제공 | 한국리틀야구 연맹

아마추어 야구의 뿌리 깊은 병폐인 촌지, 그리고 폭력 문제도 싹을 잘랐다. 한 회장 부임 초기에만 20명의 감독을 제명조치 했다. ‘관행’으로 포장된 촌지 요구에 시달리던 학부모들부터 한 회장의 뜻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리틀야구만 담당하는 전임 심판 16명을 운영 중인데, 감독과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신다면 바로 해직한다.

그러면서 리틀야구 시장의 파이가 넓어졌고, 굴지의 기업들에서 대회 스폰서를 자청했다. 한 회장은 “부임 직후에도 리틀야구는 대한야구협회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명맥을 힘들게 유지하더라도 원칙만은 흔들리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그 결실을 보는 것 같다”며 웃었다.

●리틀야구,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

한 회장 취임 당시 20여개에 불과하던 리틀야구 팀은 2019년 10월 기준으로 리틀부 176팀, 주니어부 25개팀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양적 성장은 물론 질적 성장도 성과가 뚜렷하다. 연맹은 연간 12개 메이저 전국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U-10 저학년 대회와 순수 주말반 대회 등 각 연령대별 대회를 신설해 야구저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2015년 경기도 화성시와 리틀야구 전용 야구장 건설 협약을 체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일원에 7만3000평 규모의 동양 최대 8개면 야구장 화성드림파크를 조성해 주요 국제대회를 유치·개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2014세계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한국이 만 29년 만에 우승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영관 회장. 사진제공 | 한국리틀야구 연맹


한 회장은 각종 국제대회 출장을 모두 사비로 동행한다. 14년간 털었던 사재만 해도 상상 이상이다. 한 회장 스스로가 ‘검은 돈’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촌지나 부정 청탁 등을 좌시하지 않을 수 있다.

2020 신인드래프트에 지명된 110명 중 리틀야구 출신은 36명이다. 특히 4라운드까지가 22명으로, 대부분 상위지명자가 됐다. 학습권을 보장받으면서 야구를 해도 프로에 좋은 대우를 받으며 갈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반대로 36명 중 리틀야구 대표팀 출신은 4명에 불과하다. 한 회장은 “어려서 야구를 못해도 충분히 프로에 갈 수 있는 걸 리틀 출신들이 증명해줘 고맙다”고 뿌듯해했다.

한 회장의 딸인 한희원 프로의 남편, 바꿔 말해 사위는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한 회장은 “프로는 아마추어와 다르다. 결과를 내야 하는 자리라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의 말을 되짚어보면 아마추어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무대다. 야구를 오롯이 즐기는 리틀야구 선수들은 어쩌면 수십 억대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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