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SUN부터 김광현까지 에이스의 해외리그 도전사

입력 2019-11-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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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스포츠동아DB

에이스 투수들의 승부욕과 자존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팀의 기둥이었다. 고교시절 자신의 어깨에 친구들의 대학 진학이 걸려있었다. 자신만 믿고 있는 동료들의 기대 속에 마운드를 지켰다. 프로에서도 성공했다. ‘내 공이 최고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성취다. 최고의 선수들만 모이는 프로야구 1군 리그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눈은 해외로 향한다. 다른 투수가 해외에서 승승장구한다면 그 욕구는 더 커진다.
김광현(31)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그 결정권을 갖고 있는 SK 와이번스 경영진과 감독은 중요한 결단을 앞두고 있다.

KBO리그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은 1995시즌 후 소속 팀 해태 타이거즈에 해외진출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미 1993년부터 일본 구단은 선동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비공식접촉에 ‘국보유출시도’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1995시즌 후 해태는 에이스의 해외 진출을 고심하다 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까지 한 후 결단을 내렸다. 당시 메이저리그도 관심을 보였지만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주니치 드래건스는 파격적인 임대료를 제시했다. 결국 2년 3억 엔의 임대 조건으로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다.

선동렬, 정민태, 오승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선동열의 일본 진출에는 1994년 박찬호라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탄생이 큰 자극제가 됐다. 해태는 2년 후 또 한번 대형 임대계약, 그리고 1999년 완전 트레이드로 5억 엔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동열이 은퇴를 결심한 배경이었다. 에이스를 떠나 보내줬지만 끝까지 이득을 취하겠다는 욕심이 깔여 있었다.

이후 2000년 한화 이글스 정민철(현 한화 단장), 2001년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현 한화 코치)가 요미우리에 임대됐다. 정민태의 이적료는 무려 5억 엔이었다. 당시 현대를 지휘했던 김재박 전 감독은 “에이스의 빈 자리가 참 컸지만 이적료는 어려웠던 구단 살림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기억했다. 선동열, 정민철, 정민태 모두 구단이 팀에 우승컵을 안긴 에이스의 해외진출 열망을 받아들이면서 막대한 수입을 함께 올린 사례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2013년 결정은 결이 달랐다. 2011~2013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삼성은 시즌 후 팀 전력의 핵심이었던 불펜 에이스 오승환을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했다. 이적료는 한신이 예우를 담아 책정한 5000만 엔이었다. 삼성이 요구한 이적료는 없었다.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가고 싶다는 오승환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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