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특혜와 불공정 논란을 야기한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선임으로 지탄받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가 국정감사에 회부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4일 축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KFA를 10월 예정된 국감에 회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적 관심도나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을 때 국감 회부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은 “KFA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한 명확한 해명과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국감에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KFA는 유인촌 장관의 지시로 시작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고 있다.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잘 아는 일부 축구인들과 접촉해 기초 조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들을 파악해 정식 감사를 결정했다.
문체부의 감사 방향은 분명하다. KFA 정관상 A대표팀 운영에 관여해선 안 되는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의 신분 문제와 홍 감독에게 자기 PR 등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요구하지 않은 정확한 배경,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홍 감독에 대한 정량·정성 평가 결과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이유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문체부 감사에서도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명확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감행이 불가피하다. 한 국회 인사는 “지난해 승부조작 등 충격적 비위행위에 연루된 100명을 기습 사면하려던 KFA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 선임도 의문투성이였고, 홍 감독 선임 건에서도 비상식적 모순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KFA가 국감에 회부된다면 2012년 이후 12년 만이자, 3번째다. 2005년 9월에는 당시 조중연 KFA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대표팀 감독 경질(조 본프레레) 및 선임(딕 아드보카트), KFA 회계부정, 상표권 보호문제, 현대 출신 직원들의 급여 등이 지적됐다. 2012년 10월 2번째 국감에서는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 직후 불거진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KFA의 대응과 스폰서 업체와 초대형 후원계약, 특정 임직원 임금내역 등이 집중 거론됐다.
실제 국감이 결정되면 이번엔 사안이 확대될 수도 있다.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KFA는 지난해 말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됐고 올해부터는 정부 감사 대상에 포함돼
훨씬 폭넓은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정몽규 KFA 회장과 이 이사는 물론이고 홍 감독까지 출석을 요구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를 통해 4연임 도전 기로에 선 정 회장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