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지만 늘 자신감 넘쳤던’ 한화의 미래, 김성훈을 추억하며

입력 2019-11-24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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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故 김성훈.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의 미래로 꼽혔던 영건 김성훈이 21세, 꽃다운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실족에 의한 사고사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화 구단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성훈은 23일 오전 5시20분께 광주 서구의 한 건물 9층 옥상에서 7층 테라스로 떨어졌다. 사고 직후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 TV 분석 등을 토대로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내사 종결했다. 왜 옥상에 올라갔는지 등 정확한 사연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화 구단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에서 사인과 사건경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족에 따른 사고사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정민철 단장과 한용덕 감독은 이날 오후 소식을 접하자마자 광주 서구 선한병원에 차려진 빈소로 향했고, 선수단은 하루 뒤인 24일 단체로 조문에 나섰다. 한화 선수단은 25일 발인까지 지킨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한화 구단은 물론 야구계 전체가 비탄에 빠졌다. 김성훈은 김민호 KIA 타이거즈 수비코치(50)의 아들로 야구인 2세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충남 서산에서 진행된 팀의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뒤 부모님이 계시는 광주로 내려갔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김성훈은 잠신중-경기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2라운드(전체 15번)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입단 2년째인 2018시즌 10경기(27.2이닝)에서 2패, 평균자책점 3.58의 성적으로 준플레이오프(준PO)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잠재력을 뽐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선수였다. 다소 수줍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야구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나 눈을 반짝이며 자신 있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뿐이었던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쉬지 않았을 정도로 실험정신이 강했다.

배포도 대단했다. 2군과는 긴장감의 차원이 다른 1군 실전무대에서 커브와 포크볼을 직접 던지며 자신감을 키웠고, 선배들의 투구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배운 것들을 실전에서 응용하려 했다. 2019시즌을 앞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는 커브를 서드피치로 꼽았을 정도로 습득력이 빨랐다. 비록 올 시즌 성적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발전 가능성과 열정은 모두가 인정했다. 당연히 소속팀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에게도 사랑받는 후배였다.

효심도 깊었다. 같은 야구인으로서 많은 것을 공유하는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았다. 김 코치는 다른 지도자들이 혹여 부담을 느낄까 아들의 야구 인생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언제 마운드에 오를 지 모르니 항상 준비 잘하고 아프지 말라”고만 강조했다. 김성훈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했다. “아버지께서 ‘잘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신다. ‘못 해도 되니 준비 잘하고 아프지만 말라’고 하시니 오히려 부담 없이 편안하게 야구할 수 있다. 그게 내게는 정말 큰 힘”이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있었다.

동료들도 충격에 빠졌다. 24일 입단 동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자신의 SNS에 추모의 글을 올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도 “김성훈 선수는 성실한 야구선수이자 팀의 일원으로 팀과 동료 선수들에게 인정받았고, KBO리그의 재목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였다”며 “김성훈 선수가 팬들과 동료들의 마음에 영원히 간직되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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