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V리그 경기구 교체요구를 놓고 생각할 것들

입력 2019-11-25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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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OVO

요즘 한국배구연맹(KOVO)은 경기에 사용하는 공의 교체문제로 고민이 많다.

대한배구협회(KVA)에서 “올림픽본선 진출을 노리는 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V리그가 3라운드부터 공을 교체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 시즌 도중 사용구 교체요구라는 사상초유의 공문을 받은 KOVO는 자문위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배구원로이자 전문가집단은 중요한 선례가 될 사안이 가져다줄 다양한 영향력까지 검토한 뒤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경기구 교체가 가져올 다양한 파장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대표팀의 성적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는 약하다고 봤다. 한 번 선례가 되면 올림픽 예선전이 있는 4년 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여부도 걱정했다. 몇몇은 혹시 올림픽 진출에 실패하면 변명의 여지를 남겨줄 여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들은 “예전 대표팀도 국산제품 스타 볼을 사용했지만 올림픽본선에 진출했다”고 했다. 어느 베테랑 감독은 “배구 잘하는 선수는 어떤 제품이냐에 구애받지 않는다. 다 똑같은 공이다. 처음 며칠은 어려움을 겪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금새 적응한다. 문제는 선수들의 실력이지 공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KOVO 내부의 의견도 비슷했다. 올림픽 본선진출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다수의 다른 선수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학교 밖에서 시험을 보는 소수의 우수 학생들을 위해 학기 도중에 교과서를 바꾸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공평성이라는 잣대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봤다.

KOVO는 지난 22일 13개 구단에 KVA의 공문을 보냈다. 25일까지 경기구 교체요구와 관련해 각 팀의 입장과 의견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 것을 종합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일 다수가 교체 불가를 원한다면 그 이유를 KVA에 설명하고 문제를 마무리 지을 것이다. 교체하자는 의견이 많을 경우, 경기구를 제공하는 스타와 접촉해 협상을 벌여야 한다.

몇몇 현장감독들은 “모든 팀에 똑같은 시기에 공이 공급돼서 적응할 시간이 같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서 경기 사용구 교체를 찬성했다. 올림픽 본선진출을 원하는 배구팬의 열망에 따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 조건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각 구단마다 최소 40~50개의 공이 필요하다. 매 경기마다 5개씩 새로운 공이 사용되는데 이 것이 안정적으로 확보해야하기에 짧은 시간에 1000개 가까운 공이 필요하다. 많은 비용도 발생한다. 이런 물량을 며칠 사이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만일 공이 바뀌면 결론적으로 특정 일본기업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일 국민감정이 들끓자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하고 유니폼 스폰서도 국산제품으로 바꾸느라 큰 소동을 겪었던 V리그다. 여전히 한일관계는 좋지 못한 때에 또 다시 일본 제품을 사용해야 하느냐,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따가운 지적도 각오해야 한다.

많은 팀들이 교체를 찬성해도 해결할 일은 첩첩산중이다. 제품의 질이 아니라 다름이 문제였기에 교체가 쉽지 않다. V리그에 제품을 공급해온 스타로서는 우리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 쉽게 교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계약위반은 그 다음 문제다. 제품의 자부심이 걸려 있어서 계약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명분이 필요하다. 3라운드는 30일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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