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LG에서 마무리될 정근우의 ‘헌신’과 ‘희생’

입력 2019-11-27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트윈스 정근우가 26일 잠실구장에서 유광점퍼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인터뷰는 한화 이글스의 충남 서산 마무리훈련 캠프에서 이뤄졌다. 그로부터 꼭 일주일 뒤 2차 드래프트(20일)를 통해 정근우(37)는 또 한 차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6년 전 프리에이전트(FA) 이적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자의’가 아닌 ‘타의’다.

인터뷰 이후 기사 게재 시점을 고민하던 중 정근우가 한화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깜짝 놀랄 만한 다른 몇몇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여럿도 포함된 명단이었다. ‘2루가 취약한 팀에서 정근우를 원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예감이 퍼뜩 떠올랐다.

풍문으로만 그치지 않았음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파란만장했던 정근우의 2019시즌을 상징하는 듯한 2차 드래프트 이적은 순식간에 성사됐다. LG 트윈스에서 정근우는 당당히 주전 2루수로 돌아가거나, 오른손 대타요원 또는 백업 외야수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정근우는 국가대표 2루수로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2루를 고졸 신인 정은원에게 내주고 1루수로 변신한 데 이어 올해는 다시 외야수(중견수) 전향을 결정했다. 나이에 따른 기량 하락은 아쉽지만, 당대 최고를 다투던 그의 야구센스만큼은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던 팀의 권유 때문이었다.

은퇴가 코앞인 노장의 외야수 전향,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2차례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치면서 전반기에는 39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0.208)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다행히 후반기에는 49경기에서 0.336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정근우는 역시 정근우였다.

험난했던 한 시즌을 돌아보며 정근우는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생소한 포지션을 맡아 초반에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모두 안 나오니까 쫓겼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노력해도 결과가 따르지 않으니 ‘섣부른 판단이지 않았나’ 싶기도 했고, 2루라는 자리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고 이뤘던 까닭에 후회도 했다”고 덧붙였다.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의 결과로 받아들이니 차츰차츰 마음은 편해졌다. 정근우는 “내가 언제까지 팀의 주인일 수도 없고, 나이도 내년이면 서른아홉이다. 어찌 보면 아름다운 야구인생을 보냈으니까 이제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후배들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코치님들도 계시지만 기술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조금이나마 조언해줘서 후배들이 좋아질 수 있다면 내게도 감사한 일”이라며 한화에서의 마지막 인터뷰를 마쳤다.

26일 정근우는 잠실구장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섰다. LG행 소식을 듣자마자 만감이 교차했는지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LG 주전 2루수’로 내년 시즌을 맞을 가능성에 대해선 “명예회복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화보다는 전력이 탄탄한 LG에서 다시 시작한다. 본업인 2루수로 나설 기회를 또 얻은 만큼 은퇴에 앞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팀 퍼스트’의 정신을 몸소 실천했던 정근우의 새 출발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