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불러올 유한준 2년 20억-정우람 4년 39억 계약

입력 2019-11-2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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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유한준-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kt 유한준-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2020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문은 이달 4일 열렸다. 총 19명의 선수들 중 20대는 오지환(29)과 안치홍(29)뿐이다. 또 ‘대형’이라고 포장할 만한 야수도, 선발투수도 없어 시장 상황은 초장부터 맥이 빠지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2차 드래프트가 더 주목받았다.

계약소식은 띄엄띄엄 들려오고 있다. 13일 포수 이지영(33)이 원 소속구단 키움 히어로즈와 3년 총액 18억 원(옵션 총액 6억 원)에 합의해 첫 테이프를 끊었고, 2차 드래프트 하루 전인 19일에는 외야수 유한준(38)이 역시 원 소속구단 KT 위즈와 2년 총액 20억 원(옵션 총액 2억 원)에 계약했다. 27일 투수 정우람(34)과 한화 이글스는 4년 총액 39억 원(옵션 무)의 계약 사실을 알렸다. 이 또한 잔류계약이다.

유한준과 정우람의 계약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각각 40세, 36세인 베테랑 선수들이라는 점에서다. 또 두 선수 모두 4년 전 FA 이적계약을 통해 합류한 뒤 꾸준함으로 FA 재계약까지 무사히 마쳤다. 지난 4년간 유한준은 KT 소속으로 50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4, 61홈런, 301타점을 기록했다. 정우람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229경기에 등판해 23승15패1홀드103세이브, 평균자책점 2.79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했다.

유한준과 정우람의 계약기간과 연 평균 수령액 10억 원은 나머지 FA들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점 또는 바로미터로 간주될 수 있다. 그 둘보다 나이가 많거나 비슷한 선수들에게는 연령적 측면에서, 그 둘보다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기량적 측면에서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전히 시장에서 탐색전을 펼치고 있는 16명 중 유한준과 정우람의 계약조건을 넘어설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에 그칠 공산이 높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엿보인다. 유한준과 정우람 모두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기려는 구단의 의지가 계약에 한몫했다. 에이전트 없이 구단과 직접 대면한 유한준은 일찍부터 조성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하게 계약했고, 정우람 역시 정민철 단장이 “팀에 대한 로열티(충성심·애착)를 보여줬다”고 고마워할 정도로 협상 과정에서 한화와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갔다. 원 소속구단 잔류가 현실적 선택일 수밖에 없는 대다수 FA들에게는 어쩌면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 될지도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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