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경기구 교체와 대표팀 조기소집 요청의 결말은

입력 2019-11-28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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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요즘 한국배구연맹(KOVO)은 연일 뉴스가 터져 나온다. V리그와 배구가 스포츠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본선진출이라는 팬들의 열망을 등에 업고 대한배구협회(KVA)가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계속 내놓고 있다. 시즌 도중 경기 사용구 교체요청에 이어 대표팀을 더 일찍 소집해달라는 얘기도 들린다.

3라운드부터 경기구를 교체해달라는 KVA의 요구는 실현되지 않았다. 남녀 13개 구단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찬성-반대의 비율이 6-4로 경기구를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파고들면 구단들의 속마음은 거부였다. 이들은 “훈련에 필요한 공 80개를 KVA가 모든 팀에 동시에 보내 준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 경기 당 필요한 5개씩의 공까지 감안한다면 지금 당장 1000개 이상(비용으로는 8000만 원 이상)을 지원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이미 각 각 구단에 10개씩 총 130개를 나눠준 KVA는 혹시 몰라 300개의 공을 더 준비하고 있었지만 더 많은 물량을 준비한다고 해도 기존 공급업체와 KOVO의 협상에서 어떤 결말이 날지 모르는 등 30일까지 쉽게 일이 처리될 것 같지 않자 방향을 틀었다.

KVA는 27일 내부회의를 통해 경기구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대표팀의 소집을 일주일 앞당겨달라는 새로운 요구를 하기로 했다. 새 경기구에 적응할 시간을 더 주고 V리그에 지친 대표선수들의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주자는 이유를 내세웠다. 시즌을 앞두고 KOVO와 KVA는 대표팀 소집일정을 놓고 오랜 줄다리기를 끝에 현재의 일정이 나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현장에서는 일정이 빡빡하다고 투덜거리고, KVA는 여론의 힘을 빌려서 대표팀의 조기소집을 요구하려고 한다. KOVO는 돌아가는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팬들의 비난에 눈치만 보고 있다.

여자대표팀 라바리니 감독은 12월 25일 귀국한다. 여자대표팀은 22일 소집이다. KOVO는 19일 경기를 끝으로 여자부 경기를 중단한다. 소집기간이 하루라도 더 필요하다면 20일부터 대표선수들을 모으면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KVA는 22일로 소집일정을 정했다가 이제는 일주일을 앞당겨달라고 한다.

15일을 끝으로 중단하면 여자부는 팀당 1경기씩 대표선수들이 빠지기에 형평성을 따지는 구단들이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남자다. 7개 팀이다 보니 누군가 손해를 보는 구단이 나온다. KVA도 KOVO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남자대표팀은 본선행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조기소집 등 일정과 관련한 얘기도 여자 대표팀이 주다. 남자대표팀은 곁가지다. 내심 가능성이 희박한 올림픽을 포기하고 다음을 꾀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꺼낼 수는 없다. 올림픽을 포기한다는 조짐이 조금만 보여도 상상 못할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한 경기의 승패에 목을 매는 V리그 남자부 구단들에게 주전선수를 대표팀에 더 오래 많이 내주느냐 아니냐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여자부보다 합의가 더 어렵다. 과연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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