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년만의 10승’ NC 이재학, 마침내 2013년을 놓아주다

입력 2019-11-3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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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다. 2013년 이재학(29·NC 다이노스)은 27경기에 등판해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88을 기록하며 화려히 비상했다. 2010년 두산 베어스에 2라운드로 입단한 그의 이전 기록은 16경기 1승1패, ERA 5.01이 전부였다.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2016년까지 4연속시즌 10승 고지에 올라섰음에도 주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평이 이어졌다. 실제로 2014~2016년 3년간은 4점대 ERA로 압도적이지 않았다. 2017년부터는 2연속 5승에 그치며 긴 슬럼프에 빠졌다.

창원에서 최근 종료된 NC 마무리캠프에서 최근 만난 이재학은 “2013년의 이재학과 싸우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스스로의 눈도 ‘2013년보다 위’에 고정됐다. 꾸준히 10승을 거둔다는 것만으로도 준수한데 시선이 다른 곳에 있으니 만족은 없었다.

“현재와 미래를 봐야하는데 과거에만 얽매였다. 2013년의 모습을 찾으려는 데만 집착했다.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재학아, 언제까지 그때만 생각할래?’라는 반문을 하고 정신 차렸다.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겠나. 이젠 2013년의 나를 놓아줬다.”

그리고 2019년, 이재학은 24경기에서 10승4패 ERA 3.75로 반등했다. 3년만의 10승. 다만 스스로 항상 강조하는 이닝 소화(129.2이닝)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2018년 쏠쏠하게 활용했던 슬라이더의 자신감을 잃은 것도 숙제 중 하나다.

시즌 준비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초반, 이재학은 할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할머니가 업어 키운 손자였던 그는 구단에 양해를 구한 뒤 단 하루의 장례 절차를 위해 귀국했다. 손민한 투수코치가 “조모상을 당하고 이렇게까지 슬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염려했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 짧은 시간 한국과 미국을 두 차례 왕복했으니 몸만들기 과정이 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이재학은 “할머니에게 ‘올 시즌 많이 도와줘’라고 했는데, 그 덕에 10승을 한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준다면 부끄러운 모습 보이지 않는 손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학의 목표는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K 와이번스), 차우찬(LG 트윈스)처럼 ‘확실한 에이스’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규정이닝을 소화하는 건 별다른 이슈가 아니다. 그런 것처럼 매년 150이닝 이상을 기본으로 소화하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열악했던 신생팀의 토종 에이스였던 이재학. NC는 어느덧 매 시즌 다크호스로 꼽히는 강팀이 됐다. 이재학이 주위의, 그리고 자신의 기대치대로 성장한다면 NC 대권도전에 마지막 방점이 찍힐 수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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