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VIP’ 이상윤 “이렇게 미움 받은 적은 처음”

입력 2019-12-25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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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스포츠동아DB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미움 받은 건 처음이에요. 하하하!”

연기자 이상윤(38)은 24일 종영한 SBS ‘VIP’로 “그동안 못 들어본 욕을 전부 들었다”며 웃었다. ‘불륜남’ 캐릭터의 여파가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했다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랜다.

○“‘숨기는’ 연기는 처음…답답했죠”

이상윤은 ‘VIP’에서 주인공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이자 백화점 VIP 전담팀 팀장 박성준 역을 연기했다. 팀원 온유리(표예진)와 외도로 나정선을 고통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나정선이 박성준의 외도 상대를 찾는 과정을 추리물처럼 다뤄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14.9%(23일·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중심에는 ‘외도남’ 이상윤의 존재감이 컸다.

“연출자 이정림 감독이 ‘모든 여성 캐릭터가 내연녀라 생각하고 의미심장하게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하고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너무나 어렵지 않나.(웃음) 대사로라도 표현하면 좋을 텐데, 심지어 입도 무거운 캐릭터다. 이렇게까지 ‘숨기는’ 연기는 처음이었다.”

평소에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연기였기에 그저 재미있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드러내지 않는 연기”가 정말로 힘들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톡톡히 깨달았다고 한다.

“연기자는 안에 있는 것을 꺼내어 보여주는 직업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니 내 안에서 갈등이 생겼다. 매번 ‘너무 감췄나?’ ‘더 표현을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다. 나아가 캐릭터가 아닌 내 연기 자체가 ‘답답하다’는 반응들도 눈에 띄었다. 답답한 연기를 한 것뿐인데 종국에는 내 표현이 잘못된 것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VIP’로 처음으로 극과 극의 반응이나 미움을 얻었지만 이상윤은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돌이켰다.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에 놀라워하는 시청자들을 보고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쾌감도 느꼈다.

○“내 연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상윤은 올해 쉼 없이 달렸다.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의 멤버로 2년째 활약하면서 ‘VIP’를 내놨다. 틈틈이 촬영한 영화 ‘오케이! 마담’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11월에는 소속사 제이와이드컴퍼니 소속 배우들과 함께 연극 ‘올모스트 메인’을 무대에 올렸다. 뿌듯할 법도 하지만 그는 “더 잘했어야 했다”는 후회부터 든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깊다.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분명 놓치고 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짧지 않은 경력에 비해 완성도가 부족한 느낌이다. 올해는 특히나 연기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한 해였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고나 할까.”

2007년 데뷔 이후 줄곧 집중해온 드라마가 아닌 영화와 연극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연기에 대한 새 고민”을 시작했다. 다양한 촬영 방식과 연기자들의 시선을 통해 겪은 ‘시행착오’의 결과이기도 하다.

“대중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내 경력에 맞는 완성된 연기를 기대할 텐데 그에 미치지 못 할까봐 걱정을 하게 된다. 이런 ‘만족하지 않는 성격’은 내가 줄곧 달려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연기자로서 최고점을 찍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아직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연기의 고민이 깊은 만큼 ‘예능인’의 신분도 “언젠가는 내려놔야 한다”는 막연한 결심도 있다고 고백한다.

“예능프로그램 활동이 지나치게 커져 연기에 방해가 될 정도라고 느끼는 순간 그만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행히 “아직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느낀다.

올해 겪은 “연기에 대한 깊은 갈증”을 발판삼아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다만 “강렬했던 이번 캐릭터의 인상을 희석시키려면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웃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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