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홀대만 남은 연말 시상식, 방송국 놈들이 다 그렇지 뭐
구색과 홀대. 지난 연말 시상식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두 단어다. 줄곧 제기된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 문제를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다.
먼저 ‘구색’은 지난해 12월 28일 개최된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당시 김구라의 사이다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날 김구라는 자신이 대상 후보에 오르자 “나도 내가 대상 후보인 게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할까 걱정이다. 어쨌든 구색 갖추려고 8명 넣은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된다. ‘KBS 연예대상’ 시청률이 잘 안 나왔다.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을 받았다. 더는 아무런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시간 채우는 거 하면 안 된다. 지상파 3사 본부장이 만나 (시상식을)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안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김구라 발언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산다.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나눠 먹기’ 식인 연말 시상식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유산슬(유재석), 펭수 등으로 이어지는 ‘대통합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고릿적 시상식은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홀대 논란에 대한 말도 많다. 무성의를 넘어 무례하다는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걸그룹 에이핑크를 홀대한 ‘2019 KBS 가요대축제’에 대한 비판이 유독 쏟아진다. 에이핑크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서 준비한 무대를 다 보여주지 못한 채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에 에이핑크 멤버들은 SNS를 통해 아쉬움을 전했다. 팬들은 사람 불러놓고 무안 주는 KBS를 비판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KBS는 뒤늦게 사과했다.
예능인 홀대도 계속됐다. 똑같이 장시간 편성을 해놓고도 연기대상과 달리 유독 연예대상에서만 ‘촉박한 시간’을 강요했다. 연예대상 수상자들에게만 유독 짧은 수상소감을 종용하기 일쑤였다. 연예대상 수상자 대부분 역시 ‘속사포 수상 소감’을 하기 바빴다. 배우들에게만 관대하고 예능인들에게는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눌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가. 매년 반복되는 ‘예능인 괄시’는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도 반복됐다.
이렇듯 자사 프로그램 축하 파티로 시상식을 이을 명목이라면 차라리 통합시상식이나 폐지가 답이다. 오히려 결방 없는 정규 편성 강행이 시청자의 볼거리에 일조하는 일이다. 지금의 시상식이 이대로 괜찮은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상을 받는 사람이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 모두 기분 좋은 그런 시상식이 절실하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