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구색·홀대만 남은 연말 시상식, 방송국 놈들이 다 그렇지 뭐

입력 2020-01-02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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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홀대만 남은 연말 시상식, 방송국 놈들이 다 그렇지 뭐

구색과 홀대. 지난 연말 시상식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두 단어다. 줄곧 제기된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 문제를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다.

먼저 ‘구색’은 지난해 12월 28일 개최된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당시 김구라의 사이다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날 김구라는 자신이 대상 후보에 오르자 “나도 내가 대상 후보인 게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할까 걱정이다. 어쨌든 구색 갖추려고 8명 넣은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된다. ‘KBS 연예대상’ 시청률이 잘 안 나왔다.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을 받았다. 더는 아무런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시간 채우는 거 하면 안 된다. 지상파 3사 본부장이 만나 (시상식을)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안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개최된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도 자신을 ‘구색 갖추기’용 후보로 규정했다. 김구라는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더라”고 너스레를 떤 뒤 “어제 우리 아들(그리·본명 김동현)한테 문자가 왔다. 걱정을 했더라. 그만큼 많은 분에게 문자를 받았다. 염려스러운 게 유재석 씨가 상을 받았는데 검색어에 내가 오르는 기현상이 일어나서 죄송스럽다. 한 PD는 자기가 본부장이 되면 형 말대로 개혁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본부장이 될 감은 아니다. 그래서 난 그렇게 생각한다. 방송사라는 게 상을 받을 사람이 받아야 하고, 표도 나야 하고, 받아야 하는 때가 있다. 나는 세 가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김구라 발언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산다.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나눠 먹기’ 식인 연말 시상식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유산슬(유재석), 펭수 등으로 이어지는 ‘대통합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고릿적 시상식은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홀대 논란에 대한 말도 많다. 무성의를 넘어 무례하다는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걸그룹 에이핑크를 홀대한 ‘2019 KBS 가요대축제’에 대한 비판이 유독 쏟아진다. 에이핑크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서 준비한 무대를 다 보여주지 못한 채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에 에이핑크 멤버들은 SNS를 통해 아쉬움을 전했다. 팬들은 사람 불러놓고 무안 주는 KBS를 비판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KBS는 뒤늦게 사과했다.

‘가요대축제’ 책임 프로듀서인 권용택 CP는 “‘가요대축제’ 방송 도중 에이핑크 공연이 예정과 달리 끝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해 에이핑크와 팬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연말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팬들을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우리 실수로 빛이 바래진 데 대해 멤버들과 팬들의 다친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멋진 무대를 위해 애쓴 에이핑크 스태프들에게도 사과한다”고 전했다.

에이핑크뿐만 아니라 배우 정재영도 다른 방식으로 홀대받았다. MBC ‘검법남녀’를 시즌2까지 이끈 정재영은 올해 시상식에서 ‘무관’에 그쳤다. 유력한 대상 후보가 무관에 그친 사례는 많지만, 보잘것없는 2019년 MBC 드라마 라인업에서 정재영이 무관에 그쳤다는 점은 홀대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때문에 시상식 이후 뒷말이 무성하다. 그런데도 MBC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예능인 홀대도 계속됐다. 똑같이 장시간 편성을 해놓고도 연기대상과 달리 유독 연예대상에서만 ‘촉박한 시간’을 강요했다. 연예대상 수상자들에게만 유독 짧은 수상소감을 종용하기 일쑤였다. 연예대상 수상자 대부분 역시 ‘속사포 수상 소감’을 하기 바빴다. 배우들에게만 관대하고 예능인들에게는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눌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가. 매년 반복되는 ‘예능인 괄시’는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도 반복됐다.

이렇듯 자사 프로그램 축하 파티로 시상식을 이을 명목이라면 차라리 통합시상식이나 폐지가 답이다. 오히려 결방 없는 정규 편성 강행이 시청자의 볼거리에 일조하는 일이다. 지금의 시상식이 이대로 괜찮은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상을 받는 사람이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 모두 기분 좋은 그런 시상식이 절실하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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