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63일 구애+혁신적 조건으로 안치홍 마음잡았다

입력 2020-01-06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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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성민규 신임 단장. 스포츠동아DB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은 프리에이전트(FA) 안치홍(30)과 계약 발표 직후 환한 목소리로 “두 달 동안 열심히 쫓아 다녔다. 정말 기분 좋다. 최고의 선수와 함께 하게 됐다”며 웃었다.

‘선수와 구단의 상호 옵션 계약은 KBO리그에서 처음이다’고 하자 “구단의 전력 극대화를 위해 영입이 꼭 필요했다. 선수의 입장에서 생각했고, 마음을 잡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롯데와 안치홍의 계약은 여러 측면에서 KBO 역사에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리그에서 전례가 없는 바이아웃과 옵트아웃이 동시에 포함된 혁신적인 계약이기 때문이다. 팀의 가장 큰 약점인 내야보강을 위해 2개월여 치밀한 전략으로 구애를 펼친 성민규 단장의 단계적 전술, ‘프로세스’도 신선하다.

● 역대 최초 선수·구단 상호옵션 FA 계약

6일 공식 발표된 계약은 최대 4년이지만 2020~2021년과 2022~2023년의 조건이 전혀 다르다. 첫 2년은 최대 26억 원이다. 계약금 14억2000만 원, 연봉 2억9000만원씩 2년, 옵션 총액 6억 원(바이아웃 1억 원 포함)이다.

2021년 이 계약이 끝나는 순간이 흥미롭다. 안치홍은 이번에 합의된 추가 2년 계약(최대 31억 원)을 선택하거나 옵트아웃을 선택, 롯데를 떠날 수 있다. 이 경우 완전자유계약선수가 된다.현행 FA 규정상 다년 계약은 할 수 없지만 보상선수나 보상금 없이 리그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한 우월적인 신분을 얻게 된다. 타 팀으로 이적해도 2년 후에 다시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롯데 역시 2년 31억 원에 안치홍을 다시 기용하거나 바이아웃을 선택, 1억 원을 선수에게 지급하고 결별할 수 있다.

● 구단은 리스크 최소, 선수는 확실한 동기부여

표면적으로는 4년 최대 56억 원 계약이지만 구단은 리스크를 최소하고 선수는 2년 뒤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갖게 됐다.

특히 롯데는 안치홍에게 ‘FA제도가 지금보다 더 유연해 질 수 있다. 2년 뒤 다년계약이 다시 가능한 제도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음을 잡았다.

안치홍은 2019시즌 손가락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105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8년에 비해 타율은 0.342→0.315, 홈런은 23개→5개, OPS는 0.955→0.792 등 타격 세부지표가 크게 떨어졌다. 공인구 영향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도 따랐다. 또한 장타력을 위해 근력을 키우면서 2루 수비범위가 좁아졌다는 야박한 평도 있었다. 그러나 성민규 단장의 평가는 달랐다.

성 단장은 “장타력을 가진 2루수다. 세부 데이터를 보면 타격에서 생산력이 엄청나다. 타격은 물론 수비도 부상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우린 2루수가 필요했고 시장에 나온 최고의 2루수를 영입했다. 최소 2년간 30·31세 프라임 타임을 함께하게 됐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처음부터 영입 계획이 있었고 FA 시장이 열린 직후(2019년 11월 4일)부터 이예랑 대표(안치홍 에이전트사 리코스포츠 대표)를 계속 쫓아다니며 안치홍 선수에게 구애를 했다”고 털어놨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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