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33’ 양동근 유니폼에 새겨진 글자의 의미는?

입력 2020-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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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은 경기 입는 유니폼 밑단에 'CW33'을 항상 써왔다. 2017년 세상을 떠난 친구 크리스 윌리엄스와 함께 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진제공 | 현대모비스 팬 김준규 씨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생 친구’를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스포츠선수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만난 사이가 아닌 이상, 프로 팀에서 동료 이상의 깊은 우정을 쌓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외국인선수와는 철저하게 동료 또는 비즈니스 관계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베테랑 양동근(39)은 프로생활 중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친구가 있다. 바로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다. 윌리엄스는 양동근의 프로 2년차 시즌이었던 2005~2006시즌 현대모비스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 한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단 두 시즌을 함께했지만,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 해외리그 잔뼈가 굵은 윌리엄스는 양동근에게 프로 선배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동근도 이에 고마움을 느껴 코트 밖에서도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2006~2007시즌 종료 후 윌리엄스는 곧바로 출국하는 다른 외인들과 달리 한 동안 국내에 머물렀는데, 이는 양동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윌리엄스는 2011~2012시즌 KBL로 돌아와 고양 오리온에서 뛴 후 은퇴했다. 이후에도 둘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양동근이 휴가기간 가족들과 미국 LA를 찾을 때 윌리엄스는 고향인 앨라배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양동근은 2017년 3월 16일 아침,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접했다. 윌리엄스가 심장 출혈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윌리엄스는 2016년 11월 큰 교통사고를 당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는데 치료 과정에서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당시 양동근은 “불과 (사망) 이틀 전에 크리스(윌리엄스)가 ‘꼭 회복하겠다’며 재활 영상을 보냈는데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최근에야 확인된 사실이지만,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후 양동근은 유니폼 밑단에 항상 ‘CW33’을 적고 경기에 나섰다. 양동근은 “크리스는 내게 친형 같은 존재이자 최고의 친구였다. 내 프로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결혼하기 전부터 아들을 낳으면 영어이름을 ‘크리스’로 짓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만큼 그는 내게 소중한 존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동근은 아들 진서가 영어유치원을 다닐 때 영어이름을 ‘크리스’로 했다.

양동근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크리스와 늘 함께 뛴다는 마음을 담아 유니폼에 ‘CW33’을 써왔다. 선수생활을 마무리 할 때까지 그럴 것이다. 평생 크리스를 그리워할 것 같다”며 친구를 향한 짙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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