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찍으면서 ‘기생충 스토리’ 처음 생각

입력 2020-01-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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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6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기생충 팀. 왼쪽부터 송강호, 봉준호 감독,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이정은, 공동 각본가 한지원 작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봉준호 감독의 불안·강박, 그에게 안정감을 주는 송강호…‘기생충’ 그렇게 만들어졌다

2017년 9월부터 12월 시나리오 완성
“저 형님이라면 모든 게 잘 될 것 같다”
동반자 송강호 향한 신뢰에서 출발
모친 떠나보낸 제작사 곽신애 대표는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배우 캐스팅

‘기생충’으로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돌아온 봉준호 감독은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약을 권했다”고 털어놓았다. 늘 뭔가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증세 때문이었다. 심지어 전문의는 “데이터로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까지 말했다.

그런 봉 감독의 몸에는 문신이 숨어 있다. 2009년 연출작 ‘마더’ 개봉을 기념하며 홍경표 촬영감독과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나무와 새의 모양을 본 따 그려 넣었다. 어쩌면 봉 감독은 늘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심리와 강박을 영화로 버텨내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로 그는 “불안을 잊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다시 또 불안에 떤다”고 밝혔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를 장편영화 데뷔작 삼아 창작의 길에 들어선 지 19년. 관객은 ‘기생충’으로 마침내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수상의 쾌거를 안겨준 그에게 위안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 봉준호의 기억

봉 감독은 ”(불안 속에서)송강호를 보면 ‘저 형님이라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다’는 안정감을 찾는다“고 고백했다. ‘기생충’은 그런 두 사람이 만난 또 다른 무대다.

봉 감독은 2013년 역시 송강호와 함께 ‘설국열차’를 촬영하던 도중 가족을 소재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인 ‘기생충’을 떠올렸다. 머릿속에만 감춰두었던 ‘아이템’을 2017년 9월 중순부터 시나리오로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 한 달 전 배우 김뢰하 배우 가족과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이야기 구조를 완성했다는 그는 석 달여 작업 끝에 그해 말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그리고 이듬해 1월 초 송강호에게 전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가족 가운데 장남 기우(최우식)가 IT기업의 박사장(이선균)의 집으로 고액과외 면접을 보러 가면서 펼쳐지는 두 가족의 이야기다. 이들은 빈부격차와 자본으로 인한 ‘계급사회’의 현실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이다.

극중 가난한 가족을 이끈 주인공은 송강호. 봉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직후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며 그를 무대 위로 안내하기도 했다. 골든글로브 수상은 바로 이 같은 신뢰에서부터 출발했다.


● 곽신애의 기억

곽 대표는 2015년 4월 봉준호 감독에게서 ‘기생충’에 관한 아이디어를 들었다. 당시 봉 감독은 ‘데칼코마니’라는 제목을 단 A4 15페이지 분량의 트리트먼트를 건넸다. 2017년 12월30일 완성된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그 한 달여 전 곽 대표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바라보며 ‘해피엔드’와 ‘4등’의 연출자인 남편 정지우 감독에게 1년의 시한부 삶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정 감독은 영화라 답했다. 곽 대표는 ‘기생충’을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어머니의 49재 즈음인 2018년 1월 배우 캐스팅에 돌입했다. 봉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아든 송강호를 포함해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그리고 ‘기생충’이 발견한 박명훈과 장혜진 등 출연 진용을 갖췄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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