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
스스로를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2018시즌 11승을 마크하며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던 임찬규는 2019시즌 발을 크게 헛디뎠다. 4월 발가락 부상을 입고 50여 일간 자리를 비우는 과정에서 4선발의 입지가 흔들렸다. 복귀 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평균자책점 4.97에 3승 2홀드로 시즌을 마쳤다.
“데뷔 후 완벽했던 시즌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자책한 임찬규는 “어쩌다 10승을 한 평균자책점 5점대 투수는 되지 말자”는 최일언 투수 코치의 쓴 소리를 가슴 깊이 새겼다.
다행히 빈손은 아니었다. 비록 눈부신 성과는 없었지만 알맞은 투구 폼을 찾았고, 구속을 146㎞까지 회복하면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았다. 임찬규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시즌 막바지에 꾸준히 최고 구속이 나왔다. 분명히 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두 눈을 밝힌 그는 “물론 제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구속과 함께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겨울마다 ‘올해는 다르다’고 했다. 올 겨울만큼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그저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나만의 속도를 지키기로 했다. 임찬규는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야수들에게 미안해 투구 템포가 절로 빨라졌다”고 되짚었다. 이를 알아차린 주장 김현수는 어느 날 임찬규에게 “너는 너무 완벽하려고만 한다. 팀과 동료들을 의식하며 쫓기지 말고 네 마음대로 해라.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더 천천히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던 임찬규는 “더 이상 보여주고 내세우기 위한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또 다시 경쟁이다. 새 시즌 4·5선발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이우찬, 김대현, 정우영 등과 경합을 벌이게 됐다. “이제 방심하면 끝이다. 내게는 마지막 증명의 기회다. 한 해 반짝하고 만 것인지, 아니면 한 단계 올라선 것인지 2020시즌 나의 모습에 달렸다”고 밝힌 임찬규는 “류중일 감독님께서 많이 믿어 주셨다. 꼭 한 번 웃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내게 너무나 중요한 시즌이다. 후회 없이 경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