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그때 ‘남산의 부장’들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20-01-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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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연출자 우민호 감독과 주연배우 곽도원, 이성민, 이병헌, 이희준(왼쪽부터)이 1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연출자 우민호 감독과 주연배우 곽도원, 이성민, 이병헌, 이희준(왼쪽부터)이 1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남산의 부장들’ 22일 개봉…동아일보 연재한 동명 베스트셀러 취재기 영화화

살인도 서슴지 않는 ‘2인자들’ 세계
국보급 명배우들 불꽃튀는 연기대결
이병헌 “내 해석없이 시나리오 집중”
시사회 후 “웰메이드 정치물!” 호평

뜨거웠던 시대를 차갑게 관조한다.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이지만 해석은 배제했고, 판단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진일보한 시대극의 탄생을 알린다. 누아르의 향기를 품은 스파이영화의 매력까지 더했다.

1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첫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22일 개봉작 ‘남산의 부장들’(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설 연휴를 겨냥한 한국영화 가운데 단연 강력한 화력을 갖췄다. 익히 알려진 실제 사건을 다루지만 창작의 영역에서 ‘역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관객의 평가가 남아 있지만, 이날 시사회 이후 ‘웰메이드 정치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 권력과 권력의 충돌 그리고 암투

영화는 1979년 10월26일 대통령이 저격당한 비극이 벌어지기까지 앞선 40일 동안의 이야기다.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는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부장들이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을 향해 충성 경쟁을 벌이고, 그 틈을 교묘히 이용하는 대통령에 의해 서로를 죽이기까지 하려는 2인자들의 암투가 깔린다.

원작은 1990년 8월부터 2년 2개월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한 김충식 기자(현 가천대 부총장)의 취재기를 묶은 동명 베스트셀러다. 원작은 1961년 출범 이후 중앙정보부를 거친 여러 부장들을 통해 현대사를 다뤘지만, 영화는 그 중 가장 드라마틱한 10·26 사건에 집중한다. 우민호 감독은 “1997년 원작을 읽고 잘 몰랐던 근현대사를 접했다”며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사건에 깊게 파고들어 역사적인 사실을 해부한 김충식 작가의 기자정신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 설명이 필요 없는 4색 연기 대결

이병헌과 이성민, 곽도원 그리고 이희준까지, 영화를 이끄는 이들은 명불허전의 연기를 통해 1979년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대결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절대적인 힘이다. 특히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빗댄 김규평 역의 이병헌이 영화 말미 안가에서 대통령을 저격하는 3분 남짓의 롱테이크 장면은 압권이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누구보다 어울리는 위치에 올랐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병헌은 “창작물보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며 “혹시라도 개인의 감정이 이입돼 연기로 표현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나의 해석은 배제하고 시나리오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남산의 부장들’은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공간을 담아야 한다”는 우민호 감독의 기획 아래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로케를 통해 당대 중앙정보부에 얽힌 또 다른 현실의 이야기도 담아냈다. 이는 곽도원이 연기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란 인물의 여정을 통해 구현된다. 당시 미국에서 활동한 실제 로비스트가 모델인 데보라 심 역의 김소진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영화는 군부독재를 끝내려 대통령을 저격했지만 그 비극이 또 다른 군부독재를 낳았다는 메시지로 끝맺는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주는 울림이 묵직하다. 우민호 감독은 “당시의 일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단지 영화로 끝나지 않고 극장을 나가면서 더 많은 이야기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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