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화를 키운 김승기 감독의 변명과 KGC 구단의 무신경

입력 2020-01-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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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김승기 감독. 사진제공|KBL

안양 KGC 김승기 감독(48)은 1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연장전 막판 불성실한 경기를 펼치고, 경기 종료 후 심판과 KBL 관계자에게 불필요한 언행을 해 1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1000만 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 감독은 14일 KBL 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소명한 뒤 사과의 뜻을 밝혔다. 구단도 14일 홈페이지에 전삼식 단장 명의로 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김 감독은 12일 전주 KCC와의 원정경기에서 앞서 전날 LG전에 관한 질문에 “해당 장면에서 벤치에 앉은 것은 승부가 어느 정도 결정됐고, 갑자기 가슴 통증을 느껴 약을 복용하고 안정을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는 ‘어느 정도 승부가 결정됐으니 내일 경기를 감안해 잘 마무리하라’고만 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KGC 한 팬이 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면 “코치석 바로 뒤 응원석에 앉은 팬입니다. 경기 약 2분 남기고 ‘야 그냥 하지마’ 지시 내린 김승기 감독 인성과 코칭 능력 ㅇㅈ입니다”라고 했다. 이 팬은 김 감독의 해명 기사를 본 뒤 ‘팬을 두 번 조롱합니까’라는 제목으로 “‘그냥 하지마’ 말한 거 똑똑히 들었는데 이런 우롱적인 기사 쓸 시간에 반성과 사과나 하세요”라고 재차 일침을 가했다.

또 한 가지는 가슴 통증을 느껴 위험할 것 같아 약을 복용하고 벤치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김 감독의 경기 종료 후 행보다. 심판 대기실 앞에서 심판들에게 항의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여름 가슴 통증으로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벤치에서 2~3분간 안정을 취한 김 감독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심판과 KBL 경기본부 관계자들을 찾아가 판정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렸다는 부분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구단의 대응도 문제다. 이번과 같이 큰 일이 벌어지면 구단 차원에서 대응을 하고, 김 감독에게도 인터뷰 등에 대해 조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KGC 구단은 한 발 뒤로 빠졌다. KBL 재정위원회가 열리는 날에도 김 감독 혼자였다. 구단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김 감독이 혼자 모든 잘못을 한 것처럼 멀리서 쳐다보기만 했다. 재정위원회가 구단에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KGC 관계자들은 사무실에서 공문이 오기만 기다린 듯 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 감독과 KGC 구단이 보인 말과 행동은 KGC 팬뿐 아니라 전체 농구계와 팬들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다.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그보다 더한 징계가 내려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KGC가 이번 시즌 마케팅과 팀 성적에서 모두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이번 일로 모두 수포가 됐다.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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