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은 지난해 5할 승률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은 없다. 캠프 출발을 닷새 앞둔 22일 홈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계획을 설명한 이 감독. 사진제공 | KT 위즈
2020시즌 스프링캠프 출발을 일주일 앞둔 이강철 KT 감독(54)의 각오다.
KT 선수단은 29일 미국 애리조나 투손 스프링캠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 감독과 이숭용 단장은 이틀 앞선 27일 출발한다. 캠프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부임 이전부터 ‘준비된 사령탑’이란 평가를 받았다. KIA 타이거즈 투수코치 시절부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를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19년 KT에서 처음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시작과 끝이 달랐다. 시범경기를 승리 없이 마무리(1무5패)하고 개막 12경기 2승10패로 고전했지만 5월 이후 상승곡선에 올라타며 5강 싸움까지 펼쳤다. 비록 마지막 한 걸음이 부족해 6위에 만족했지만 창단 첫 5할 승률을 거두는 등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9연승, 시즌 71승 등 각종 기록을 새로 썼다. 철저한 불펜 분업과 새 얼굴의 대거 발탁이라는 수확도 상당했다.
2020시즌을 앞둔 시점, 이 감독의 마음은 지난해보다 한결 가볍다. “지난해 처음 부임했을 때는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안됐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부담이 조금은 덜하다. ‘팀의 기틀을 만든다’는 지난해 계획을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이다.”
열쇠는 결국 선발진이다. 새 외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마운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여기에 윌리엄 쿠에바스~배제성~김민 등 지난해 자원이 고스란히 선발진에 투입될 예정이다. 5선발로는 우선적으로 ‘특급 신인’ 소형준(19)을 염두에 두고 있고 박세진, 손동현 등 ‘영건’들이 그 뒤를 받칠 계획이다. ‘강철 불펜’으로 재미를 봤던 뒷문은 마무리 투수 이대은을 중심으로 주권, 김재윤, 정성곤, 하준호, 이창재 등이 필승조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야수진의 키 플레이어로는 심우준을 꼽았다. 이 감독은 “(심)우준이가 살아나가면 빅 이닝이 많았다. 수비는 지난해 검증을 끝냈기 때문에 출루율만 높여주면 바랄 게 없다”고 기대했다.
여기에 ‘괴물 타자’ 강백호에게는 타율, 홈런보다는 타점 생산을 주문했다. “(강)백호가 100타점을 해줘야 한다. 강백호에게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타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백호는 2019년 116경기에서 타율 0.336을 기록했지만 65타점에 머문 바 있다.
2019년 성과를 통해 ‘선수 파악 및 역할 분배’가 끝났다면, 반대로 ‘높아진 눈높이’에 대한 부담과 싸워야 한다. 이 감독은 “선수 때 해태 타이거즈에서부터 코치 시절까지 ‘이기는 야구’에 익숙했다. 사실 5할 승률도 성에 차진 않는다”며 “KT 선수들에게도 승리의 DNA가 어느 정도는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패배의식이 사라졌다. 이제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