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트맨’-‘미스터주:사라진 VIP’-‘남산의 부장들’ 포스터(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쇼박스
부담없이 즐기는 가족용 ‘미스터 주’
2인자들 암투 그린 ‘남산의 부장들’
마음껏 웃을 것인가, 역사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긴장을 맛볼 것인가. 설 명절 극장가에 세 편의 한국영화가 출격한다. 22일 나란히 개봉해 첫 날 순위는 엇갈리지만 연휴가 본격 시작하는 23일 저녁부터 진짜 흥행 대결에 돌입한다. 개성이 다른 두 편의 코미디와 비극의 역사로 관객을 안내하는 시대극이 메뉴에 올랐다.
● “혼영 환영! 친구끼리 더 좋아”…권상우의 ‘히트맨’
점잔 떨지 않는 코미디다. 노골적으로 웃겨보겠다고 출동한 캐릭터들의 이야기에서 ‘B급’ 코미디의 향기가 나지만 유치하다고 터부시할 수 없는 매력이 탁월하다. 여러 편의 코미디가 맞붙는 이번 명절에 단연 순도 높은 웃음을 갖췄다.
웹툰 작가가 되려고 국정원 비밀요원직을 내던진 주인공(권상우)이 그리지 말아야 할 과거를 작품으로 발표한 뒤 국정원과 테러 조직의 더블 타깃이 되는 이야기다. 돈 잘 버는 웹툰 스타를 꿈꾸지만 현실은 은퇴 위기에 내몰린 ‘핵노잼’ 작가가 납치된 가족을 구하려 15년간 잊고 지낸 액션 본능을 일깨우면서 벌어지는 ‘웃픈’ 코미디다.
혼자 봐도 좋지만 친구나 연인끼리 본다면 웃음이 배가 될 법하다. 빈틈도 많지만 미덕도 확실해 아쉬움을 날린다. 특히 최근 ‘짠내’ 폭발하는 지질한 가장 캐릭터로 매력을 분출하는 권상우의 물오른 연기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미스터 주:사라진 VIP’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 “자녀·부모와 부담 없이”…이성민의 ‘미스터 주:사라진 VIP’
오랜만에 가족용 한국영화가 나왔다. 어린 자녀와도, 노년층 부모와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온갖 동물의 목소리를 알아듣게 된 정보요원(이성민)이 군견으로 훈련된 셰퍼트 알리와 파트너를 이뤄 감쪽같이 사라진, 중국에서 온 친선대사 판다를 찾는 이야기다.
“영화를 찍고 나니 골목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다”는 이성민은 “할리우드에는 많지만 한국영화에는 없는, 가족이 모여 따뜻하게 보는 가족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성민을 중심으로 맷돼지, 앵무새, 독수리 등 ‘애니멀 드림팀’의 모험도 볼거리다. 셰퍼트 알리의 목소리를 맡은 신하균을 비롯해 햄스터의 이순재, 흑염소의 이선균, 판다의 유인나까지 은근히 멀티캐스팅을 자랑한다.
다만 가족용 영화의 ‘함정’은 있다. 착하디착한 이야기, 예상 그대로 전개되는 사건, 웃을 준비가 됐지만 어디서 웃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상황은 아킬레스건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 “안 보고 버틸 수 있어?”…이병헌의 ‘남산의 부장들’
명절 박스오피스 1위를 일찌감치 예약했다. 1979년 10월26일 바로 그날, 권력 2인자인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절대권력인 대통령(이성민)을 저격하기까지 40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되짚는다.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2인자들의 충성 경쟁과 암투, 역사의 비극과 아이러니를 파고든다. 오랜만에 ‘웰메이드’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작품이다. 1990년 8월부터 2년2개월간 동아일보에 연재한 김충식 작가의 취재기를 담은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묵직한 실제 사건과 실존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중장년층의 높은 선호가 예상되지만 한 장면 한 장면 팽팽한 긴장과 섬세한 설계로 완성한 우민호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눈 높은’ 2030세대까지 충분히 끌어안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나면 한 번 더 보고 싶은 충동까지 일으킨다.
이해리 기자 gofl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