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시무식과 신임대표 취임식이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선수단 및 임직원 일동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대호가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부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9년은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시즌 초부터 이어진 타격 부진을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채 1년이 저물었다. ‘영원한 4번타자’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팀 타선은 연쇄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롯데는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이대호 스스로도 1군 주전으로 발돋움한 뒤 처음으로 2군행을 겪었다.
상처 입은 거인의 비시즌 키워드는 절치부심, 그리고 와신상담이었다.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석환 신임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만난 이대호의 얼굴은 눈에 띄게 갸름했고, 검게 그을렸다. 2일 후배들과 사이판으로 출국해 개인 훈련에 매진한 뒤 이날 오전 한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이맘때는 항상 체중 감량을 해왔다. 크게 다른 건 없다”면서도 “지난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초점을 맞췄다”고 돌아봤다.
135경기에서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 이대호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지난해 부진은 5년 연속 20홈런, 4년 연속 3할 타율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지난해 최하위는 나 때문”이라는 자책에 진심이 묻어난 이유다. 이대호는 “지난해 감독님, 단장님, 사장님이 모두 바뀌었다. 팬들도 실망을 많이 했다”고 반성한 뒤 “최고참으로서 주장 (민)병헌이를 돕겠다. 팀을 끈끈하게 만들어 팬들이 웃으며 야구장에 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KBO리그에는 ‘베테랑 한파’가 불어닥쳤다. 이대호의 동기생 김태균(38·한화 이글스)도 23일 한화와 1년 총액 10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뒤 “내년에 재평가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대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17년 롯데와 맺은 4년 150억 원 계약은 올해 끝난다.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이라면 더 나은 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계약을 생각하며 야구한 적은 없다. FA 계약과 상관없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어 “지난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 반등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물론 후배들과 끊임없이 경쟁해야겠지만 아직까진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세스’는 롯데의 겨울을 뜨겁게 달궜다. 객관적인 전력 보강 요소도 뚜렷하다. 하지만 롯데가 탈꼴찌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대호의 반등은 필수적이다. 선수생활 황혼기에 맞이한 계약 마지막 해. 이대호 스스로도 2020년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는 것뿐이다.
부산|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